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8월 19일] 본말 전도된 SH 부채감축 계획안

서울시 아파트 공급의 주시행사인 SH공사는 지난 16일 부채관리 종합대책을 내놓고 현재 13조3,661억원에 달하는 총부채를 오는 2014년까지 6조459억원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 설명회에서는 한일건설 출신인 유민근 SH공사 사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아 눈길을 끌었다. 유 사장은 "전체 공급주택 중 임대주택의 비중이 높은 공사의 특성상 빚이 많을 수밖에 없다"면서 "부채증가에 대한 서울시민들의 우려를 감안해 재무구조를 건전하게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세금이 투입되는 공기업인 SH공사가 빚을 줄이겠다고 나선 것은 합당한 조치다. 부채비율이 높은 회사는 회사채 등을 발행해 돈을 끌어올 때 높은 이율이 적용되고 이는 결국 서울시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SH공사는 2014년까지 정부의 보금자리사업에도 더 이상 참여하지 않을 방침이다. 보유자산 매각, 장기전세주택(시프트) 대형 면적 분양전환, 도시재정비 사업 참여 재검토 등의 대책도 모두 환영 받을 만하다.

관련기사



문제는 SH공사가 빚을 해소하기 위해 서민용 주택공급을 대폭 줄여나가겠다고 밝힌 점이다. SH공사는 2010년 현재 5만7,547가구인 주택건설 물량을 2014년 1만2,752가구까지 4만가구 이상 줄일 예정이다. 유 사장은 "2014년이 되면 현재 505.5%인 부채비율이 174.8%로 낮아져 우량 건전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간기업이라면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이 같은 논리에 문제가 있을 리 없다. 하지만 SH공사는 서민 주거복지를 위해 저렴한 아파트를 꾸준히 공급해야 할 의무가 있는 곳이다. 안정적 주택공급을 위해 빚을 줄이라는 것인데 거꾸로 주택공급을 줄여 빚을 갚아나가겠다니 너무 안이한 대응책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주택공급의 공적 기능을 외면한 이런 일방적인 부채감축책 발표는 공사 본연의 설립취지를 망각한 것이 아닌지 되돌아보게 한다. SH공사가 정녕 사익만 추구하는 민간기업과 달리 공익적 성격을 가진 공공기업이라면 서울시에 주거하는 시민들의 주거복지를 어떻게 책임질지에 대한 대책도 동시에 내놓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