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법안 처리문제로 마비 상태였던 국회가 4일부터 정상 가동될 모양이다. 3일 여야 총무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특검법안을 4일 본회의에 다시 상정키로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여론조사에서 잘 나타났듯 국민들은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나 한나라당의 국회 보이코트 모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주었다. 이미 법정처리시한을 넘기기는 했으나 국회가 열흘간의 `정치 파업`을 마무리하고 새해 예산안부터 심의하겠다니 다행이다.
예산안 심의 지연은 과거에도 다반사로 있었던 일이기는 하나 참여정부 첫 예산국회에서 구태가 재연된 것은 유감이다. 과거와는 달리 국회는 117조원의 일반회계 외에도 228조원이나 되는 기금에 대해서도 심의권을 갖고 있어 법정 심의기간만으로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더욱이 예산결산위원회의 심의가 늦어지면 준예산제도가 없는 국민연금 등의 집행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국민연금 급여대상 140만여명과 실업급여 수혜자 38만여명 등에게는 당장의 고통이 뒤따를 처지다. 이 밖에도 국회에 계류중인 각종 법률안 162건 중 본회의에서 의결된 것은 12건에 불과하고, 이라크파병안 부안사태 실업문제 등 국회가 논의해야 할 정책현안들도 산적해 있다.
따라서 국회는 정기국회가 폐회되는 9일 이전에 예산안을 비롯한 민생법안 처리를 마무리하기를 바란다. 물리적으로 처리가 어렵다면 빠른 시일 내에 임시국회를 열어 처리하되, 임시국회를 검찰의 정치자금 수사를 방해할 목적의 방탄국회로 이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차제에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과 여야 정당이 “한국경제가 정쟁으로 중대고비를 맞고 있다”는 해외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최근 해외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분석은 “지금 한국은 정책수단들이 경기회복을 도와야 할 때인데 법인세 인하 등 주요 법안들이 국회에 계류 중이며 정치혼란이 경제회생 능력을 저해하고 중요한 구조개혁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한국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등 화급한 안건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심각한 우려감을 드러내고 있다.
경제를 북돋우어야 할 정치가 오히려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쟁으로 시간을 허송하다 다시 문을 여는 국회인 만큼 법안 하나를 심의할 때마다 경제와 민생을 보살피는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중대 고비를 맞은 한국경제에 국회가 더 이상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