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우린 타이틀리스트에 미쳤다"


마니아란 사전적 의미로 ‘어떤 한 가지 일에 몹시 열중하는 사람’을 뜻한다. 마니아가 많다는 것은 대상이 되는 브랜드와 제품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것을 방증한다. 골프에도 다양한 마니아가 있는데, 그 중특정 브랜드를 쫓아 모인 마니아로 구성된 클럽동호회가 여럿 있다. 브랜드 마니아와의 만남, 그 첫 번째는 자칭 “타이틀리스트에 미쳤다”는 이들이다. 경기침체에 대다수 골프용품업체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소비심리가 위축된 탓에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다. 업체들에게 “그럼에도 힘을 낼 수 있는, 밝은 미래를 예상케 하는 이유를 꼽아 달라”고 하자 한결같이 “마니아가 있어서”라는 답을 내놨다. 용품업체에게 마니아란 브랜드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늘 애정 어린지지를 보내는 이들이다. 한마디로 존재 이유와 같다. 용품업체의 오늘을 이끌고,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마니아는 어떤 이들일까 궁금했다. 그리고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용품업체에 긍정적인 미래를 기대하게 하고 싶었다. <서울경제 골프매거진>이 브랜드 마니아 동호회 탐방을 기획한 이유다. 탐방 대상은 특정 브랜드를 주제로 온라인에 커뮤니티를 형성한 동호회로 정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대상으로 네이버 카페 ‘타이틀리스트에 미치다’(이하 타미)를 택했다. 카페 이름에 등장한 ‘미치다’라는 표현의 강렬함 때문이었다. 그만큼 타이틀리스트라는 브랜드에 열중하는 마니아가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카페 매니저 ‘제롬’에게 “회원들과 만나 왜 타이틀리스트 마니아가 됐는지 이유를 듣고 싶다”는 취지의 쪽지를 보내자 이내 답장이 왔다. “마니아 중의 마니아가 이곳에 모여 있다”는 자신만만한 내용이었다. 매니저는 정예멤버로 구성된 회원들과 만남을 주선했다. 왜 우리가 마니아냐고요? 지난 8월15일 ‘타미’ 회원들과 지산CC에서 만남을 가졌다. 회원들이 “타이틀리스트 투어밴을 방문해보고 싶다”고 해서 투어밴이 있는 지산CC를 장소로 택했다(투어밴은 대회가 없을 때 타이틀리스트 소속 선수들이 즐겨 모이는 지산CC 연습장에 있다). 약속 시간(오후 1시)을 앞둔 11시에 매니저로부터 연락이 왔다. 회원들이 벌써 모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회원 대부분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왜 이렇게 일찍 왔느냐”고 첫 인사를 건네자 “만남에 들떠서”라는 마니아다운 답이 돌아왔다. 최고령 회원 제이(이주원, 42)의 말이다. “타이틀리스트 마니아를 찾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당연히 우리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카페명에서 알 수 있듯이 여기 모인 회원 모두 타이틀리스트에 미쳐있다. 미쳤다는 것이 어감은 안 좋지만 좋은 의미로 쓰인 것이다. 우리가 왜 마니아인지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빨리 왔다.” 약속 시간이 되기 전에 모든 회원이 모였다. 참석 회원은 최초 10명이었지만 “마니아인 내가 빠질 수 없다”며 회원 1명이 추가로 나왔다. 타이틀리스트가 여성 클럽을 출시하지 않는 탓에 모두 남성이었지만 아내와 딸을 대동한 회원이 있어 남성 11명에 여성 2명이 자리했다. 그들에게 “왜 타이틀리스트 마니아가 됐냐”고 가벼운 물음을 던졌다. 회원 요한(김성준, 41)의 말이다. “그냥 이유 없이 좋아하는 사람들이 마니아 아닌가. 이유가 있다면 마니아보다 애호가라는 단어가 어울릴 것 같다. 여기 모인 회원들은 아무 이유 없이 타이틀리스트를 좋아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삶에서 타이틀리스트를 빼면 참 무료해질 것이다.” 이들은 타이틀리스트 제품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고 있었다. 제품의 성능과 장·단점을 분석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특히 신제품이 국내에 출시되기 이전, 해외특송으로 미국에서 글로벌 모델을 들여와 먼저 사용할 정도다. 최근 국내 출시 준비중인 910 드라이버 스파이샷을 가장 먼저 공유한 것도 이들이다. 회원 코브라NO브라(김현기, 38)는 “USGA 신제품 테스트에 등장한 흑백 사진을 보고, 단번에 타이틀리스트의 신제품 드라이버라는 것을 알았다”며 “이후 사진을 회원들과 공유하며 어떤 디자인을 채택했는지, 무엇이 달라졌는지 연구했다. 아쿠쉬네트코리아 관계자가 이런 우리를 두고 무서운 사람들이라고 농담을 할 정도”라고 마니아로서 수준을 설명했다. 여기에 덧붙여 매니저 제롬은 “PGA 투어가 개막하면 대다수 사람들이 좋아하는 선수의 스윙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피는데, 우리는 선수가 어떤 클럽과 샤프트로 바꿨는지 살핀다”며 “전혀 새로운 샤프트를 꽂았다면 어떻게든 구해 직접 사용해보고 의견을 나눌 정도”라고 회원들의 열정을 소개했다. 회원 중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그 중 최고의 전문가로 지목된 제로핸디(김장원, 39)는 타이틀리스트에 푹 빠져있다. 휴일인 이날 아내와 딸을 대동하고 모임에 참석했으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갔다. 그런 그는 “직업을 클럽 전문가로 전향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폭탄발언이었지만 옆에 앉은 아내 최정선 씨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오히려 “남편이 좋아하는 일을 말릴 이유가 없다”며 “책임감 있는 가장이기에 적극 응원하겠다”고 힘을 보탰다. 회원들과 대화를 나누며 내린 결론은 “정말 단단히 미쳐 있다”였다. 그들은 새로운 타이틀리스트 제품이 출시되면 무조건 구매해야 하고, 드라이버 샤프트는 한 달이 멀다하고 교체하기 일쑤였다. 스코어 향상보다 타이틀리스트의 새로운 무언가를 찾는 것에 더욱 즐거워했다. 스스로 자신들이 미쳐있다고 표현하고, 타이틀리스트에 비정상적으로 빠진 사람이 이들과 만나면 정상인일 정도였다. 어떤가. 이들을 진정한 타이틀리스트 마니아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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