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첫발 "시민단체서" 3인의 변호사
최근 사법연수원 문을 나선 제30기 수료생 가운데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시민운동에 뛰어 든 사람들이 있어 법조계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장유식(38), 우경선(34), 박 훈(35) 변호사.
이들 신참 변호사들은 개업이라는 화려한 비단길을 접고 대신 시민ㆍ노동단체라는 고행길을 선택 했다.
장 변호사와 우 변호사는 녹색연합, 박 변호사는 민주노총 금속연맹 법률원에 각자의 둥지를 틀었다.
이달 초부터 참여연대 상근 변호사로 법조계에 첫발을 내딛은 장 변호사는 "시민단체 선배들의 기대가 크지만 변호사 신참내기로서 송무등 실질적인 업무가 부족해 걱정이 앞선다"며 "하지만 공익변호사라는 분야를 일궈나가는 개척자의 마음가짐으로 일해 나갈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달 1일부터 녹색연합 전임변호사로 활동하게 되는 우 변호사는 "무엇이 되는냐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느냐"라며 "60~70년대 선배 변호사들이 인권향상에 많은 힘을 쏟았던 만큼 이제는 전문가집단으로서 다양한 사회공간에서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동계에서 노동자권익보호를 다짐하고 있는 박 변호사는 "로펌이나 개인변호사 사무실 또는 검찰 등에 가지않고 사회단체로 가는 것을 지나치게 특별하게 볼 필요는 없다"며 "변호사의 양적 팽창에 따라 이같이 노동ㆍ시민단체 등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변호사들도 점점 증가해 하나의 흐름을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들 '386변호사 트로이카'는 모두 지난 99년부터 연수원에서 각자 환경, 노동학회를 통해 사회진출을 차곡차곡 준비해 왔다.
사법연수원에서 한솥밥을 먹던 이들이 이제는 모두들 각자 다른 분야에서 변호사로서 길을 걸어가겠지만 한결같이 개인보다는 공익을 먼저 생각하는 법조인으로 살아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장 변호사씨는 "변호사의 양적 증가로 기존의 특권의식이 많이 희석화되면서 변호사들도 사회의 다양한 곳에서 활동하며 법조인으로서 활동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시민ㆍ사회단체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공익변호사협회를 만들어 공익송사를 전문적으로 도맡아 하는 공익로펌을 만들고 싶다"고 다짐했다.
현재 국내에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공익송사를 도맡아 활동하고 있는 변호사는 10여명이 채 안된다. 환경ㆍ노동ㆍ여성 등에 관한 공익로펌들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국내 공익변호사들의 활동은 아직 걸음마단계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내에서도 사법시험 합격자가 급격히 늘어나 변호사의 양적팽창의 시대가 본격 도래한 가운데 이들 3인방의 새로운 행보에 법조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영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