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스마트 외교'가 곳곳에서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아시아만 놓고 보더라도 중국과는 격한 감정 싸움이 벌어지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내 정통 우방국들과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원인은 미국이 지역별, 나라별로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한 데 있다. 논란의 핵심에 원자력 외교가 있다. 미국은 핵무기 비확산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면서도 각 나라와의 협상에서는 입장이 수시로 변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불거진 것이 베트남과의 핵(核) 밀월이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은 베트남에 원자력 관련 기술과 관련 기기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미국과 베트남은 올해 말 협약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의회에 협약 사항에 대해 보고했다.
문제는 미국이 베트남에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는 점. 베트남이 독자적으로 핵연료를 만드는 것을 용인한 것이다. 미국은 핵연료 제조와 핵농축 기술이 유사하다며 자국과 협약을 맺을 때 이를 일체 허용하지 않았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와 체결한 원자력 협정에서도 핵연료는 해외시장, 사실상 미국에서 구입하도록 명문화했다. 미국은 원전 개발에 나선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중동 국가와도 UAE와 동일한 수준의 협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베트남을 '특별 대우'해주자 중동 국가들이 이중 잣대라며 반발하고 있다. 중동의 한 관리는 "미국의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잘 알게 됐다"면서 "앞으로 발생할 일들을 미국이 어떻게 처리할 지 궁금하다"고 비난했다.
미국은 이에 대해 "아시아는 중동에 비해 핵 경쟁이 덜하다"면서 "우리는 지역별, 나라별로 다르게 접근한다"면서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핵무기 보유가 가능하고 북한 역시 핵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이 같은 논리는 아전인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자신의 턱 밑에 핵관련 기술을 이전에 중국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중국의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미-베트남 핵협력 강화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군축ㆍ감군협회 텅젠췬 차이나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다른 국가와의 핵협정과 관련, 이중 잣대를 적용함으로써 핵비확산을 추진해온 대국의 명성에 흠집을 내고 국제질서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앞서 미국은 인도와 핵협상을 맺으면서 인도가 미국에서 구매한 핵연료를 농축하는 것을 허용했다. 이에 대해 인도와 라이벌 관계에 있는 파키스탄이 차별적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더구나 미국은 파키스탄이 중국으로부터 원전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어, 파키스탄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불과 2주 전 미국과 중국은 최근에도 남중국해 제해권을 둘러싸고 격돌한 바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2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미국은 남중국해에서의 항해 자유에 국가적 이해가 걸려 있다"고 거론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27일 평론을 통해 "미국이 중국에 대해 적의를 드러내면서 남ㆍ동 양쪽에서 중국을 봉쇄하려 한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등 중국의 반발을 샀다.
논란이 된 미국의 외교는 이 뿐만이 아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지난 22일 인도네시아를 방문 "미국은 인도네시아 특수부대인 코파수스와 점진적인 안보협력활동을 개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특수부대인 코파수스는 수하르토 집권 시절 고문과 암살 등 각종 인권침해 행위를 자행했고, 동티모르 민병대 학살의 배후로 지목됐다. 미국은 1998년부터 코파수스에 대한 훈련지원을 전면 중단했고 했었다.
하지만 관계 복원과정에서 인도네시아의 사과나 재발방지 약속은 없었다.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네시아의 협력 관계를 위한 조치였지만 "인권 문제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와 군사적 협력관계를 증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라며 미국 여론의 싸늘한 눈총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