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 수수료 파괴전쟁이 거세게 불고 있다. 지난 92년이후 8년동안 전혀 변함없었던 증권거래소 매매 위탁수수료 인하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이런 바람은 특히 정부가 침체된 거래소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강구하는 방안 가운데 하나여서 조만간 증권업체 전체로 확산되며 업계의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키는 촉매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다른 업체와는 차별화된 수수료와 서비스 등을 총동원, 이 경쟁에서 살아남겠다는 전략을 세우는 등 생존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수수료 인하는 대세다=수수료 파괴경쟁의 불씨를 당긴 곳은 LG투자증권. LG는 지난 6일부터 거래대금에 따라 3단계로 차등화돼 있는 거래소 주식매매수수료를 각각 10~12.5%씩 낮춰 2억원미만 매매분은 0.45%로, 2억~5억원미만은 0.4%+10만원, 5억원이상은 0.35%+35만원으로 조정했다.
LG의 결정이후 신영·교보·부국·신한·메리츠증권 등 일부 증소형사들이 이에 동참한데 이어 대신과 SK증권도 13일부터 동일한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또한 E-미래에셋증권은 8일 거래소위탁수수료를 4월 1일부터 현행 0.4%에서 0.29%로 대폭 인하한다고 발표해 수수료인하경쟁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었다.
이에따라 아직 인하하지 않은 현대 등 대형증권사는 물론 다른 중소형사들도 이르면 이번주중 LG와 같은 수준이거나 오히려 더욱 낮은 수준으로 내리기로 하고 본격적인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이와관련 현대증권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하폭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만약 내린다면 다른 증권사와는 차별화된 입장을 취할 수도 있다』고 밝혀 다른 업체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내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투자자들이 사이버거래수수료(평균 0.1%)가 창구에서 직접 주문을 낼때 드는 수수료의 20%수준에 불과해 사이버거래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대형사에 비해 브로커리지 영업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일부 중소형사들의 경우는 대형사의 움직임을 주시한 후 나서도 늦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증권의 이번 결정은 코스닥수수료가 제외됐고 오히려 전체 약정의 70%에 육박하는 사이버거래 수수료를 인상했기 때문에 실제 인하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먼저 나서 수수료를 내릴 경우 자칫 증권사간 인하경쟁이 벌어져 생존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어 서둘러 결정을 못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형 증권사들이 이에 동참할 경우 중소형사들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인하대열에 합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구조조정 앞당겨질 수 있다=LG는 이번 수수료 인하 결정을 거래소 위탁수수료와 사이버수수료율의 과도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취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경쟁상대인 삼성·현대·대우증권이 대우사태로 인해 부담을 안고 있는 틈을 이용, 시장점유율을 상승시키기 위한 전략적인 조치로 풀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사들은 수수료를 동일한 수준 혹은 더욱 낮게 인하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중소형사들도 대형사들의 움직임에 맞춰 수수료 인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이렇게 될 경우 중소형사들의 입장은 곤혹스러울 것으로 예상된다. 수수료수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형사들의 처지에서는 출혈경쟁을 감내할 만한 내력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수수료 인하경쟁은 그동안 사이버 주식거래가 급증하면서 점차 수수료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던 터에 나온 것이어서 경쟁이 더해질 경우 업계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일부 사이버증권사가 사이버 수수료 등을 파격적으로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대형증권사의 사이버 수수료 역시 낮아질 가능성도 높아 업계의 구조조정을 재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의 수수료 수입이 올해를 기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 나온 이번 수수료인하 경쟁은 업계의 구조조정을 앞당기는 촉매가 될 것』이라며 『특히 대형사 보다는 중소형사들의 타격이 심각할 것』으로 전망했다.
◇차별화만이 살길=업계는 이같은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전략밖에 없다고 보고 이에 대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발걸음은 대형사를 중심으로 더욱 빨라지고 있다. 아직까지 수수료인하를 검토하지 않고 있는 삼성증권이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은 수수료 인하보다는 차별화된 서비스와 네트워크로 승부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수수료 추가하락 가능성이 있는데다 이로인해 영업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는 수수료인하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디지털체계를 구축하는 등 고객들에게 만족을 주는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대우·대신 등 대형사들은 물론 중소형사들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시대변화에 맞는 시스템 및 서비스로 승부한다는 것이 바로 그 것.
업계 관계자는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대흐름에 맞는 인프라 개발 및 고객위주의 서비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이를 역행하는 증권사들의 자연히 도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진갑기자G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