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주주 중시 경영/홍인기 증권거래소 이사장(로터리)

지난해 우리경제의 성적표는 매우 부진한 편이었다. 이에따라 증권시장도 유례없는 불황국면이 노정되었는데 경제부진으로 증시가 불황이었다고 넘겨버리고 말면 그만일까 하는 의문이 우리의 고민이라 하겠다. 증권시장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아서 우리 모두가 사려깊은 관심을 기울일 때 생동감 있게 발전하고 성장한다.무한경쟁시대로 치닫는 기업경영환경이 전개될수록 기업이 직면하는 경영의 불확실성은 커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론이다. 그만큼 경영상의 「리스크」가 커진다는 얘기며 이 「리스크」는 결국 투자자인 주주(대주주 및 일반주주)가 부담한다. 그래서 주주가 제공한 자본을 「리스크 캐피털(모험자본)」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주식자금에 대한 「코스트」를 감안할 때 일반금리 외에 「리스크 프리미엄」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흔히 강조된다. 그러나 지난해 1년을 기준으로 볼 때 은행예금이나 회사채금리는 12%가 넘는데도 지난해말 투자자들이 기업으로부터 받은 배당수익률은 1.7%에 불과하여 우리보다 금리수준이 낮은 대만은 물론 미국보다도 절대수준이 낮은 형편이었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높은 리스크를 부담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투자자금에 대한 보상을 감내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이제 우리 경영자들도 과거 외형성장 위주의 경영을 지양하고 내실성장을 추구함으로써 주주가 제공한 자본의 효율에 더욱 비중을 두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면에서 경영평가기준도 단순히 매출액이나 당기순이익이 몇 % 증감하였는가에 기초하기보다 주주의 몫인 자기자본에 대한 비용(Cost Of Capital)을 차감하고서도 과연 얼마나 순수익을 남겼는가 하는, 이른바 「경제적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평가하여야 한다는 것이 미국을 위시한 일본, 독일 등의 선진국 기업경영자들 사이에 최근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기업경영의 「패러다임」이다. 또 이렇게 자기자본의 효율성을 생각하는 경영은 주주의 이익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고 이러한 과정에서 결국 기업의 경쟁력, 나아가서 국가경쟁력도 향상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겠다. 이제 우리도 이러한 경향을 점진적으로 수용하여 투자자의 수익성을 제고하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기업 경영상의 「리스크」분담에 기꺼이 동참하는 투자계층이 증가할 때 기업은 값싸고 안정된 자금을 증시를 통하여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는 「스톡 옵션」제도를 도입한 바 있거니와 이는 일반주주를 위한 경영이 결국 경영자 자신을 위하는 길이라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한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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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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