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의 사설] 마카오의 미래

인구 45만명의 작은 포르투갈 식민지는 오랫동안 정부 수입을 카지노에 의지해 왔다. 그러나 카지노는 짭짤한 돈벌이와 함께 범죄조직이라는 통제하기 어려운 부작용을 동반했다. 이제 중국 반환 후 마카오를 이끌 에드먼드 허 행정청장은 과거 지도자들을 능가해야 한다는 기대에 부응해야만 한다.우선 허 정부는 마카오의 폭력적인 범죄율이 국제 기준보다 낮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마카오에서 일어나는 살인 대부분이 범죄 조직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마카오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휴양지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지난 97년 관광객들을 몰아낸 연쇄 폭탄사건 등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허 정부가 범죄 조직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일부에서는 보다 엄격한 법률을 갖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제 마카오는 도박 중독에서 헤어나 경제를 다각화해야 할 것이다. 카지노 대부인 스탠리 호가 운영하는 카지노 프랜차이즈업체의 영업권이 마침 2001년에 만료된다. 정부는 이를 기회로 삼아 변화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좁은 땅과 적은 인구로 많은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 신 공항과 고층 빌딩을 갖춘다고 해도 마카오가 홍콩과 같은 국제 도시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마카오의 미래는 중국의 무역항이나 신흥 부유층의 유흥장소로서 중국 본토에 귀속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대규모 외국 투자자금을 카지노산업에 유치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다. 물론 이는 치안 강화와 부패 방지라는 전제하에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442년간의 포르투갈 통치를 겪은 마카오 식민지의 역사가 번성으로 끝을 맺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어두운 면면들이 마카오의 매력을 더하는 것도 사실이다. 언젠가 이 도시가 조직 범죄의 악령을 소탕하면 폭력적인 과거를 상품화하는 날이 올 것이다. 베이징에서 온 관광객들은 슬롯 머신으로 향하기 전에 범죄 박물관을 구경하며 공포와 전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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