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는 아직 절반도 개방되지 않았다. 오는 10월에는 순수 보장성상품 중 만기환급형 상품의 은행판매가 허용되고 2008년 4월에 생명보험 부문의 개인보장성보험인 CI(치명적질병), 종신보험이, 손해보험 부문에서 일반 장기보장성보험과 개인자동차 보험이 개방 항목에 포함된다. 두 차례에 걸쳐 개방을 단행하면 은행 창구에서는 모든 보험상품을 팔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방카슈랑스 판매가 허용된 품목은 생명 부문에서는 50%, 손해보험 부문에선 22%에 불과하다. 따라서 앞으로 두차례 더 방카의 문호를 열어젖히면 은행들은 생보는 물론 손보 상품의 절반 이상을 팔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고 상대적으로 보험사들은 고유영역의 울타리를 완전히 헐고 경쟁을 하게 되는 셈이다. 안공혁 손해보험협회 회장은 “지난 2004년에 방카슈랑스 상품 판매 확대를 보험사들의 여건을 감안해 정부가 개방시기를 2년 이상 연기시킨 바 있다”면서 “한번 유예를 받은 이상 보험사들이 철저히 준비하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재욱 세종대학교 부교수(경영학)는 “추가로 방카슈랑스 판매 상품이 늘어나면 보험업계의 시장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방카 추가 개방은 외국계 보험사들에도 국내 시장 확대에 좋은 여건을 마련해주고 있다. 외국계는 그동안 국내 전업보험사에 비해 인맥ㆍ지연이 약한데다 설계사가 부족해 영업환경이 어려웠지만 시중은행의 창구를 이용해 그동안 시장을 확대해왔고 앞으로 시장이 추가로 개방될 것에 대비해 확대를 준비 중이다. 마누엘 바우어 알리안츠생명 사장은 “방카슈랑스 확대를 위해 연내에 국민은행과 신한지주와의 제휴를 추진하고 지방은행들과도 연계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PCA생명도 퇴직연금보험 등 방카슈랑스 부문을 집중 강화하는 등 시장점유율 높이기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장을 열어야 할 손보업계는 방카 2차 개방이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손보협회는 정부에 자동차보험의 방카 시행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업계 의견을 모으지 못한 상태. 손보협회의 한 관계자는 “손해보험사별로 은행과 제휴를 늘리고 유통사를 통한 판매 등 채널을 확대하는 등 대응책을 고려하고 있다”며 “설계사들의 전문성이 확보되고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방카슈랑스에 대한 우려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생보업계는 완전 개방된 상태에서 경쟁하기 위해 넉넉한 자금이 필요하며 그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증시 상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생보사 관계자들은 “상장을 통해 ‘실탄’을 마련하면 외국계나 은행계 방카슈랑스사에 맞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외국계 보험사들이 국내에 얼마나 많이 들어와 있느냐”고 반문하며 “생명보험사가 상장해 자본을 확충하고 규모를 키우지 않으면 구멍가게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지적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상장을 준비 중인 삼성ㆍ교보ㆍ대한ㆍ금호ㆍ동양생명 등 국내 생보사들은 “상장이 조기에 가능해진다면 1단계 방카슈랑스 때처럼 고전하지 않고 제대로 반격할 수 있다”며 주장한다. 한편 방카 추가 개방에 앞서 그동안 시행과정의 착오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상재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방카슈랑스 모집 수수료를 초기에 지급하는 선급 구조에서 일괄수수료 방식이나 계약기간 중에 나눠서 지급하는 평균수수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동민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과 보험회사의 자료를 실증분석해보면 은행이 보험업을 겸영하거나 방카슈랑스를 확대할 경우 단기적으로 이익효율성은 높아지나 안전성이 저하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