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5월 21일]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참뜻

부처님께서는 태어나자마자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고 외쳤다고 한다. '온 세상에 오직 내가 홀로 존귀하다'는 의미다. 이 말을 잘못 이해해 '나'만 존귀하고 '남'은 비천하다는 의미로 생각하는 수도 있다. 그러나 불교야말로 아만과 독선을 철저히 떠난 가르침이다. 이 말은 세상에서 내가 가장 존귀하다는 뜻이다. 자기야말로 가장 존귀한 존재이다. 자기야말로 자신의 주인인 것이다. 이러한 이치를 모르고 재물을 섬기거나, 권세를 섬기거나 신을 섬기게 되면서 '나'의 주인이 바뀌게 된다. 재물이나 권세 혹은 신 등을 주인으로 섬기면서 정작 주인인 자신은 종 노릇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존귀한만큼 남도 존중을 그러므로 누구나 자신의 존귀함을 깨우쳐야 한다. 스스로가 자신의 주인임을 자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나아가 누구나 자기 인생의 주인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거꾸로 하면 내가 존귀한 만큼 남들도 존귀함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 생각과 내 종교가 존귀한 만큼 남의 생각과 남의 종교도 존귀함을 인정해야 한다. 내 생각과 내 종교만이 옳다고 여기며 남의 생각과 남의 종교는 추호도 인정하지 않는 집단이야말로 오만과 독선의 집단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스스로가 주인이라 해서 부처, 즉 불보살님의 도움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도움을 받는 것과 종 노릇을 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불보살님의 도움을 받고 중생들에게 베푸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다. 중생은 뿌리요, 불보살은 꽃이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는 스스로 병든 비구의 더러운 몸을 씻어준 일도 있었다. 이를 묻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셨다. "여래가 세상에 나타난 까닭은 바로 이런 불행에 빠져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함이니 누구건 스님과 모든 가난한 자, 고독한 자, 노인 등을 공양하면 그 복이 무한해서 소원이 뜻대로 이루어지고 점차 공덕이 차면 마땅히 깨달음을 얻게 되리라." 이처럼 중생들을 구하기 위해 나타나신 부처님에게는 크게 세 가지의 몸이 있다. 첫째, 몸으로 나투신 부처님(화신불ㆍ化身佛)이다. 2500여년 전에 인도 땅에 태어나서 몸소 가르침을 펴신 석가모니부처님, 또는 조선시대에 상원사에서 세조임금의 등을 문질러 병을 낫게 한 문수보살님이 그 분이다.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부처님이다. 둘째, 마음으로 나투신 부처님(보신불ㆍ報身佛)이다. 법장비구가 48대원을 세워 그 과보(果報)로 마침내 극락정토를 장엄하고 아미타부처님이 되셨다. 또는 관세음보살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이에게 고통을 없애주고 즐거움을 주고자 서원을 세우셨다. 따라서 그 분들과 동일한 서원을 세우게 되면 마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부처님이다. 셋째, 본래 성품자리의 부처님(법신불ㆍ法身佛)이다. 우주에 편만해서 아니 계신 곳 없으시고 영겁에 두루 있어 아니 계신 때가 없으시다. 형상이나 음성으로는 찾을 수 없으며 진리를 확실히 깨친 자만이 볼 수 있는 부처님이다. 우리 모두 당당한 주인으로 서길 이러한 세 종류의 부처님은 우리 모두, 즉 '나'에게도 갖춰져 있다. 나의 몸뚱이가 화신불이요, 나의 마음이 보신불이며, 나의 본래 성품이 바로 법신불이다. 내가 그러하듯이 남도 그러하다. 그러니 두두물물(頭頭物物ㆍ하나하나 모두) 부처님 아닌 것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여래께서는 이미 오래 전에 성불하셨고 오늘은 다시 그가 태어나신 날이다. 여래께서는 중생제도를 위해 이 땅에 오가시는 모습을 보이실 따름이지 실로 오고감이란 없다. 다만 우리 모두를 당당한 주인으로 만들고자 오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신과 인간의 스승(천인사ㆍ天人師)이신 부처도 될 수 있다고 하는데 무언들 될 수 없으랴. 내가 선택한다. 내 인생은 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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