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25판) 5면 메인(다시)

교육과학기술부의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 명단 발표를 앞두고 대학 구조조정이 다시금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명단 공개가 사실상 부실대학을 솎아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력인플레에 따른 청년실업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실 대학 퇴출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대학 구조조정이 정원 감축이나 학과 조정, 기관 통ㆍ폐합 등 양적 규모 축소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대학의 재구조화나 고등교육 체제 재편성 등 질적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은 미흡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국립대와 사립대, 연구중심대학과 교육중심대학 등 대학 성격과 기능ㆍ역할에 따른 학문단위 구조개편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지방대는 전공 특성화와 실용교육 강화를 통해 취업률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등 ‘고용친화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정원 감축에 치중한 구조개혁으론 성과 한계=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은 국립대와 사립대로 나뉘어 추진되고 있지만 정원 감축과 통폐합 등 양적 규모를 줄인다는 방향은 같다.

2005년 공주대와 천안공대가 통합하는 등 20개 국ㆍ공립대가 통폐합돼 10개로 줄었다. 이 기간 사립대도 14곳이 합쳐져 7개로 줄었다. 이를 통해 2만명이 넘는 입학정원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국ㆍ공립대의 통폐합이 정원 감축 외에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오히려 통폐합 후 행정담당 공무원이 늘어나는 등 비효율이 더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립대 통합의 경우 서로 다른 대학 간 인수ㆍ합병 보다는 동일 법인 내의 일반대와 전문대학이 합쳐졌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현 정부 들어 대학 구조조정은 국립대간 통폐합, 연합대학 법인화, 부실 사립대 퇴출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방점은 부실 사립대 퇴출에 찍혀 있다. 신입생ㆍ재학생 충원율이 떨어지고 취업률이 낮은 대학은 문을 닫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부실 대학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폭넓게 형성돼 있고, 상당수 사립대들이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보다는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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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업 구조조정처럼 일률적인 잣대에 따라 ‘네거티브’적 방식으로 추진할 경우 폐해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경찬 연세대 교수는 “대학 구조조정은 정원 감축 등 단순한 숫자놀이가 아니라 학생들이 얼마나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느냐의 문제”라면서 “어차피 학생 수 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정원을 줄이는데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산업 수요 고려한 전공ㆍ교과과정 개편 필요=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이 정원 감축이라는 양적 규모 축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국공립대와 사립대 간 기능분담이나 연구ㆍ교육대학별 특성화 등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학 정원을 줄여 학력인플레를 막아야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학 구조조정은 각자의 강점을 살리는 특성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쪽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올 상반기 청년실업률은 8.6%이지만 비자발적 단기 취업자나 취업준비자, 그냥 쉬고 있는 비경제활동인구를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23.0%에 달한다. 이 같은 청년실업은 높은 대학 진학률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81.9%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1990년 25만3,000명이던 대학 졸업자가 2009년 47만8,000명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학력 인플레가 심각한 수준이지만 고학력자가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어 미스매치 현상으로 인한 취업난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금프리미엄 등을 이유로 대학 진학을 선호하는 현상을 단기간에 해소하기 힘든 만큼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서는 대학의 기능과 역할을 고려한 학문단위 구조개편을 유도하는 한편 취업에 유리한 전공을 특성화하고, 실용교육을 강화하는 등 ‘고용친화적 대학’을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거용 상명대 교수는 “국공립대는 돈이 들지만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학과를 운영하고 사립대는 취업 위주의 전공을 운영하는 등 역할분담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앙대, 건국대, 동국대 등이 산업 수요와 취업률과 연계해 학문단위 구조개편을 추진하는 것이 좋은 사례다.

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전공 특성화와 실용교육을 통해 높은 취업률을 보이고 있는 일부 지방대의 성공사례를 다른 대학에도 확산시켜 대학 경쟁력 강화와 청년실업 해소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노력도 필요하다.

류지성 삼성경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국내 대학들이 모두 백화점식의 학과 설치를 통해 종합대학을 지향하면서 차별화ㆍ특성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전공과 교과과정을 산업현장 적합도를 고려해 과감히 구조조정하고, 장기인턴십이나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취업을 적극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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