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8월 17일] 중간선거 앞두고 마비된 美 양당구조

파이낸셜타임스 8월16일자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이 6주간의 여름 휴회 기간까지 반납하면서 이례적으로 특별 1일 회의를 소집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법안을 통과시키느라 부산을 떨었다. 법안 내용은 교사와 경찰관 등의 대량 해고를 방지하기 위해 미 주정부에 260억달러 규모의 고용 지원 현금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취지는 좋으나 법 집행을 위해서는 그동안 비축해뒀던 돈을 풀고 세수 인상을 단행해야만 한다. 이렇게 되면 내용이 우수한 법안이라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이런 법안을 통과시키느라 미 의회 의원들이 지난 몇 주 동안이나 입씨름을 해왔다니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이번에는 양당 의원들의 합의로 법안이 통과됐지만 직업 관련 법안을 두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대립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미 의회는 실업 문제를 해결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해왔고 유권자들은 그 점을 잘 안다. 최근 미 경기가 둔화세를 보이자 미 의회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겉만 번지르르한 안을 내놓고 있지만 유권자들은 과연 이것이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11월까지 미 의원들은 이러한 민심을 무시할 것이고 양당은 네거티브 정책으로 일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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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는 양당 구조가 너무 견고해 어느 쪽도 물러서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유권자에게 호소하는 포퓰리즘 정책을 너무 쉽게 내놓는다. 경제 문제에 집중하기도 모자란 판에 이민 등의 문제를 선거 정책 어젠다로 삼으려고 한다.

양당제는 무슨 일이 발발했을 때 반드시 협상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상호 견제의 원칙을 고수하는 양당제 구조가 주고받는 것 없이 자기 주장만 고집하다 보면 얼어붙기 마련이다. 과거 미국 의회 역사를 돌이켜보면 양당 간 주고받음은 흔한 일이었다. 그러나 협상을 거부했을 때 의회는 파탄 났다.

이번 휴회 기간 미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양당은 자기 의견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양당의 계속된 대결구도를 완화하기 위해 선출됐다. 그는 이제 조지 W 부시 전임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공화당은 민주당이 발의하는 법안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을 그만두고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미국은 그 대가를 치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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