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기름값 도둑, 진범은 누구


사람이 살면서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 있다. 이 선은 가능한 한 넘지 말아야 한다. 인간의 도리이자 최소한의 예의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선이 무너질 때 발생한다. 이 선이 붕괴되면 급격한 심리적 공황과 사기 저하가 뒤따른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는 한계선을 넘어서면 비즈니스를 할 가치가 없어진다. 최근 기름값을 둘러싼 정부-정유업계-주유소 간의 '네 탓 공방'이 바로 이 같은 모양새다. 서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법도가 무너지고 네 탓이 아닌 남의 탓만 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노라면 허탈감만 몰려온다. 마지노선이 무너질 때 초래되는 현상이 그대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기름값 올리는 주범은 유류세 분명 최근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기름값 도둑(?)이 있다는 얘기다. 이들 셋 가운데 하나가 주범일 것이다. 하지만 모두 아니라고 발뺌하기에 바쁘다. 기름값이 올라가면 갈수록 이 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 싸움에 기름을 부은 곳은 정부다. 정유사를 압박해 석 달 동안 기름값 인하(리터당 100원)를 이끌어 낸데 이어 또다시 조치를 강구하기 위해 정유사를 옥죄고 있다. 하지만 여의치 않자 기름값을 올리는 공범으로 정유사와 함께 주유소를 지목해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정유사와 주유소가 가격인상에 대해 서로 손가락질한다. 과연 누가 옳은지 들여다보겠다. 주유소 장부도 살펴볼 것"이라며 주유소까지 압박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기름을 넣으러 갈 때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다. 휘발유 가격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는 리터당 2,000원이 넘어서면서 과연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정말 누가 주범인지를 가리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이젠 진범을 가려야 한다. 실체를 들여다보자. 정유사들은 업계 마진이 3%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는 100원어치 팔아 3원을 남긴다는 얘기다. 더욱 웃긴 것은 그 이익 가운데 70%를 수출로 벌어들인다는 데 있다. 누가 봐도 신통하지 않은 장사다. 삼성전자ㆍ포스코 등 다른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이 두 자릿수라는 점을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이런데도 가격을 더 낮추라고 강요하는 것은 죽으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적자를 보고 장사를 하라고 하면 이 세상에 장사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조금이라도 마진을 보장해주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다. 실제 지난 석 달 동안 기름값을 내린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은 반 토막이 났다. 국내 판매분을 적자를 보면서 팔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계속 억지를 쓰고 있다. 휘발유 가격에 붙는 50%의 세금과 가격이 올라갈수록 세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현상을 뒤로 감춘 채 업계에만 가격을 낮추라고 강요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업계의 어려움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익만 챙겨가는 도둑놈으로 내모는 데 있다. 한판 붙기 전에 세금 내려야 정말 답답할 지경일 거다. 업계가 이런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한 좋은 방법이 하나 있다. 차라리 국내 판매분에 대해 노마진을 선언해라. 당분간 이익률 3%를 과감히 포기하라는 얘기다. 기름값을 다시 내려 더 큰 손해를 보느니 이 방법이 지금 상황에서는 최선책으로 보인다. 정부 권위에 도전하냐는 눈총 때문에 어려움도 있겠지만 과감히 해야 한다. 그리고 두려워하지 마라. 이 사회에는 아직 정의라는 게 살아있다. 힘들겠지만 주유소 업계도 동참해라. 그래야만 도둑놈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고 기름값 도둑의 진범이 누구인지도 분명히 가릴 수 있다. 그 다음 판단은 국민들이 하면 된다. 살기가 팍팍해진 지금, 기름값에 붙는 과도한 세금은 분명 문제가 있다. 한판 붙기 전에 당장 세금을 내리는 것이 정답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