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면허 실기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한 의대생과 교수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31일 비밀 홈페이지를 만들어 의사 국가시험 문제를 유출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전국 의대 4학년 협의회(전사협)' 전 회장 강모(25)씨 등 전 집행부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실기시험 채점관으로 참여해 자신의 학교 학생들에게 시험문제와 채점기준 등을 알려준 김모(49)씨 등 의대교수 5명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은 의사면허 시험을 먼저 치른 학생들이 비공개 홈페이지에 후기를 올리는 방식으로 문제를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사면허 실기고사가 매년 9월부터 하루 60~70명씩 두 달간 한 장소에서 치러지기 때문에 미리 시험을 본 학생들이 후기 형식으로 올려 다른 학생들이 이를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렇게 유출된 문제는 실기고사 112개 문항 가운데 103문항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사협은 의사 국가고시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10여년 전부터 조직해 운영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꾸려진 집행부는 응시자가 홈페이지에 가입할 때 학교 대표가 본인 여부를 확인해 승인을 해주도록 하고 여러 차례 각 학교를 돌며 회의를 하는 등 부정행위를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또 일부 대학의 경우 실기시험 채점관으로 참여한 교수가 학생들에게 문제내용과 채점기준 등을 유출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국가시험 부정행위가 의료계 전반의 문제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의대생들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특별히 죄의식 없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며 "한 해 응시생이 3,000여명이나 되는데도 시험장이 한 곳밖에 없어 시험이 두 달 넘게 치러지는 등 의사면허 시험 제도에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의사 실기시험 부정행위에 대한 행정조치를 위해 실기시험 유출자료 등을 보건복지부와 한국 보건의료인 국가시험원에 통보할 방침이다. 국가시험원 측은 사법처리 절차를 거쳐 유죄가 확정된 학생들에 대해서는 형량에 관계없이 불합격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시험원의 한 관계자는 "응시생들은 시험 전에 문제를 유출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는 만큼 이에 따라 합격을 취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의사 실기시험 응시자 3,300여명 중 전사협 가입자는 2,70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