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그리스 재정위기의 해법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1년 전 그리스에 향후 3년간 1,1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제공한다고 했을 때 EU 정책입안자들은 그리스가 오는 2012년쯤이면 자본시장에서 자력으로 자금 조달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리스 정부가 내년 발행 예정인 250억~300억유로 규모의 채권을 민간 투자자들이 매입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지난주 그리스 2년물 국채 수익률이 18%를 뛰어넘으며 사상 최고치를 찍자 시장의 희망은 날아가 버렸다. 유로존 회원국들은 이제 곧 처방을 내릴 것이다. 그들은 민간 부문이 뛰어들기를 주저하는 시장에 개입해 그리스 대신 돈을 갚아주거나 혹은 자발적으로 그리스의 채무 조정을 승인할 것이다. 첫 번째 처방전은 사실상 그리스에 2차 구제금융을 투입하는 것으로 정치적 논쟁을 촉발하고 독일을 비롯한 다른 유로존 국가들의 공분을 살 것이다. 하지만 그리스가 채무 상환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면 지금이 유로존 이익을 위해 유로존 지도자들이 그리스 채무조정을 고려해볼 수 있는 최적의 시기다. 물론 채무 조정은 가볍게 여길 사항이 아니다. 채무 조정이 이뤄지면 그리스에 무분별하게 돈을 빌려준 채권국들, 특히 독일 은행이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시장은 그리스 채무조정이 확정되면 아일랜드와 포르투갈도 똑같이 채무조정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유로존 지도자들은 스스로 만든 정책 허점에 대해 비난을 받아야 한다. 그들은 숱한 논의 끝에 2013년 중반 출범 예정으로 영구적 구제금융기구인 유럽안정화기금(ESM) 설립에 합의했다. ESM이 작동하려면 민간 채무자가 채무 조정의 일환으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조건(bail-in)이 있다. 하지만 유로존 지도자들은 정치적 부담을 우려해 채무자들의 반발을 살 게 뻔할 채무조정 이행 시기를 2013년 중반 이후로 미뤄 그 이전에 논의될 채무조정에 대해서는 어떠한 해답도 내놓지 않았다. 예상대로 민간 채무자들은 이를 간파했다. 그들은 어차피 2013년 중반 이후 채무조정이 현실화되면 더 많은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지금의 그리스 채무조정 승인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반면 유로존 지도자들은 유럽 단일통화에 대한 장기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그리스 채무조정설을 적극 퍼뜨리고 있다. 유로존 지도자들이 ESM 해법 찾기를 주저한다면 그들은 곧 스스로 독을 삼켜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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