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민간 은행의 기업대출에까지 상환 보증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경제 하락 속도에 대한 위기감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본 정부는 현재 자국 경제가 전후 최악의 침체로 치닫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월 발표한 기업 우선주 매입 방식에 따른 공적자금 지원대책의 주요 수혜 기업이 등장하기도 전에 일반 은행을 통한 기업 융자까지 상환 보증한다는 ‘히든 카드’까지 급히 꺼내들었다. 이번 조치는 진퇴양난에 빠진 기업에 대한 다방면의 지원책을 총동원, ‘기업 안전망’을 구축하는 한편 시장 투자심리의 추락을 막아보겠다는 포석으로 파악된다.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0.1%까지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자금난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시중은행들의 대출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일본 은행의 경영악화 소식도 이 같은 정책결정에 불을 지폈다. 미쓰비시UFJㆍ미즈호ㆍ미쓰이스미토모ㆍ리소나ㆍ스미토모신탁ㆍ주오미쓰이 등 일본 6개 대형 은행은 지난해 4~12월 순익 합계가 1,350억엔(15억달러)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9%나 줄어들며 경영환경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미쓰비시UFJ와 미즈호 그룹은 최종 적자를 기록했다. 은행들의 수익이 악화되면 은행들의 기업 대출은 그만큼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본 은행들은 보유주식의 가치하락과 거래처의 경영악화로 손실이 커지면서 대출여력을 축소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일본은행(BOJ)은 오는 2010년 4월까지 총 1조엔(약 111억달러) 규모의 은행 보유주식을 매입한다는 계획을 이달 초 내놓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일본 은행들의 재무 여유가 부족해 융자를 확대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며 “기업 융자에 공적 보증을 붙여 그만큼 심리적인 안정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본 정부는 현재 3월로 끝나는 전년도 회계연도 결산 발표가 계속될 5월에 이르기까지 자금 융통난이나 자본부족에 빠지는 기업이 잇따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투자은행이나 민간 은행에 의한 일반 기업 출자에 대해 손실의 50~80%를 보증하는 한편 융자에도 신규로 공적 보증을 제공해 자금ㆍ자본의 양면에서 기업을 지지하려 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 경제는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감소 및 엔화강세의 이중고로 깊은 침체 수렁에 빠져 있다. 특히 일본 경제의 근간인 자동차 및 전자업체의 침체가 계속되며 일본 경제는 전후 최대의 가장 긴 침체국면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2ㆍ4분기부터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 공식적인 경기 침체에 돌입했으며 다음주 발표될 4ㆍ4분기 성장률 역시 -2.1%에 그치며 지난 1974년 이래 최악의 성적을 거둘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2월 일본의 산업생산도 전월 대비 9.6% 감소하며 역대 최대의 감소율을 기록했고 12월 실업률은 4.4%를 나타내며 41년 만의 가장 큰 증가세를 나타냈다. 가구 소비는 전년도 같은 달보다 4.6% 떨어지며 10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특별예산을 합해 12조엔(1,305억달러) 규모로 추진 중인 경기부양안 규모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은 8일 요사노 가오루(與謝野馨) 일본 경제재정상의 발언을 인용, 일본이 경기부양안의 규모를 대폭 확충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요사노 경제재정상은 “상황이 급변하면서 일본 정부가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며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더 많은 정부 지출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막대한 재원마련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일본 정부는 ‘무이자 국채’ 도입 등 다방면의 대책도 강구하고 있다. 일본 교도(共同)통신에 따르면 연정 집권당인 자민당은 ‘100년에 한번 올까말까 한 글로벌 불황에는 그만큼 특별한 대책이 요구된다’는 시각하에 이자를 지불하지 않는 대신 상속세 부담을 경감하는 ‘무이자 국채’의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