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국:2/고달러·통화억제로 경쟁력 회복(경제를 살리자)

◎근로자도 임금자제… 실업·물가 두마리 토끼 잡아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은 매주 목요일이면 워싱턴에서 아침식사를 함께 한다. 이 자리에서는 딱딱한 통화정책이나 외환정책에 관한 얘기보다는 가벼운 농담과 잡다한 화제가 오간다. 미국의 재정·금융정책을 주무르는 두 사람은 이처럼 개인적 교감을 토대로 거시경제 운영에 호흡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집권2기를 시작한 클린턴 행정부는 「성장」과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현재의 경제는 지난 30년래 가장 강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는 연례보고서에서 『미국 경제는 앞으로 6년 후에도 침체될 징후가 없으며 저실업률과 저인플레이션을 달성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미국 경제가 80년대의 침체를 극복하고 91년 이래 7년째 호황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거시경제의 효율적 운영을 통해 저실업률과 저인플레이션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불황이 경기과열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의 후유증으로 발생했고 따라서 적정한 통화조절을 통해 2∼3%의 안정적 성장을 유지하는게 중앙은행의 최우선 목표다. FRB의 통화관리정책은 물가를 잡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린스펀 의장은 물가상승압력이 나타나기 6개월∼1년 전에 금리인상을 단행, 통화공급을 줄임으로써 인플레이션을 사전에 억제해야 한다는 지론을 펴고 있다. FRB가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25% 인상한 것도 연초부터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기를 진정시키고 안정기조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중앙은행의 선제적 통화억제정책에 힘입어 70년대말 연간 8%대, 80년대초엔 6%대에 이르던 물가상승률이 90년대 들어서는 2∼3%대로 떨어졌다. 「강한 달러」 정책도 그 타깃을 물가안정에 맞추고 있다. 연초 GM·포드·크라이슬러 등 이른바 빅3대표들이 루빈 재무장관을 찾아가 고달러정책 때문에 수출이 어렵다고 아우성을 쳤을 때 루빈은 간단히 이를 물리쳤다. 그는 달러가치가 높기 때문에 외국 물건이 보다 싸게 들어오고 따라서 물가가 낮아지고 근로자의 임금상승압력이 줄어들어 오히려 이익이 아니냐고 했다. 자동차 회사도 값싼 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하면 달러상승에 따른 손해를 줄일 수 있지 않느냐고 설득했다. 빅스리 대표들은 더이상 말도 못 붙이고 돌아서야 했다. 기업 사이드에서 진행된 엄청난 다운사이징으로 임금상승률이 둔화된 것도 물가안정의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80년대말과 90년대초 실질임금상승률은 연간 마이너스 1∼2%를 기록, 근로자의 봉급봉투는 오히려 얇아졌고 경기호황이 진행된 92년 이후에도 1% 증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노조가 무리한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추세인 것은 놀랍다. 반면 실업률은 지난해말 완전고용이라 평가되는 6% 이하로 떨어진데 이어 3월 현재 5.2%로 하락했다. 미국의 물가안정은 중앙은행과 재무부의 거시정책만으로 달성된 게 아니다. 의회와 금융계, 업계, 근로자들이 행정부와 FRB의 정책을 전폭 지지한 결과 얻어낸 결실이다. 미국 경제는 이를 통해 재도약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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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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