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8월 9일] 한미FTA 정략적 이용 안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의를 앞두고 미 행정부ㆍ의회ㆍ업계ㆍ노동조합 등 미국의 각계가 동시다발적으로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어 배경과 저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4일 미 상원 청문회에서 "한국은 미 의회의 비우호적인 환경을 이유로 뒤에 숨어 있지 말고 협상테이블로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앞서 "한미 FTA를 그냥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 109명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큰 폭의 수정을 요구했고 전미자동차노조(UAW)는 미국 상ㆍ하원에 자동차 산업과 관련해 한미 FTA의 보완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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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측이 이처럼 한미 FTA 수정을 주장하며 공세에 나서고 있는 것은 오는 11월 상ㆍ하원과 주지사를 뽑는 중간선거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오바마 정부와 민주당은 '한미 FTA 카드'를 내세워 노동계 표심을 잡으려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말하자면 정략적 계산이 깔려 있는 셈이다. 그러나 양국 정부가 2년 이상 밀고 당기며 합의점을 찾아 성사시킨 정부 간 협정을 이제 와서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더구나 자유무역을 주창하는 선진국으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다.

자동차 무역역조나 쇠고기 수입문제 등 미국 측이 제기하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커크 대표는 "미국 내에서 79만대의 기아차가 팔렸지만 한국에서 팔린 미국차는 7,000대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한미 간 자동차 무역에 있어 불균형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한국 소비자들의 선택에 따른 것이지 무역장벽 때문이 아니다. 미국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쇠고기 수입은 FTA의 문제라기보다는 검역상의 문제로 한미 양국은 소비자들의 신뢰가 회복되면 30개월 이상도 수입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의회 비준을 남겨놓고 있는 한미 FTA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실무협의를 희망하면서 '재협상이 아닌 조정'이라고 분명히 했고 우리 정부도 합의 내용을 바꾸는 재협상은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일각에서 재협상을 주장하는 것은 정략적 의도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꼭 필요한 경우 협정의 기본원칙과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최소한의 조정에 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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