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선거제도 문제점 되풀이한 선거

빗나간 출구 조사, 비록 한때에 그쳤지만 패배한후보의 불복, 선거결과 최종 확정 지연 등 2일 실시된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미국 대선제도의 결함에서 비롯된 상황이 2000년 대선과 똑같이 연출됐다. 게다가 2000년보다 훨씬 길었던 투표 대기시간, 위압적인 선거관리요원들, 선거시비에 대처하기 위해 각 당에서 대거 구성한 선거감시인단과 변호인단 등의 모습은2000년보다 더 나쁜 상황이었다. AP통신은 3일 이번 선거에 대해 "2004 미국 대선에서 가장 놀라운 사실은 대부분 지역에서 투표가 순조롭게 진행됐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AP통신은 올해 투표율이 매우 높았고 2000년 플로리다 재검표 사태가 생생하게기억되고 있는 상황에서 몇몇 골치 아픈 사례가 있긴 했지만 큰 소동이 없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케리 후보가 비교적 빨리 패배를 인정하긴 했지만 2000년 플로리다와 같은 상황이 올해는 중서부의 오하이오에서 벌어졌다. 민주당 진영은 오하이오에서 부시 대통령이 13만여표 앞서고 있지만 잠정투표와부재자 투표를 모두 개표하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며 한동안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플로리다 사태가 대법원까지 갔던 것과 달리 오하이오 사태는부시 대통령의 리드 폭이 워낙 커 미개표 용지를 모두 개표해도 케리 후보가 이길수 없음이 일찌감치 드러났다는 것. 이는 잠정투표나 부재자 투표가 선거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보여준 반증이기도 했다. 플로리다 재검표 사태를 계기로 이번에 첫 도입된 잠정투표는 투표소까지 온 유권자들이 사소한 문제 때문에 투표하지 못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장치다. 즉 등록 유권자 명부에 이름이 없거나, 자신의 선거구가 아닌 다른 선거구에 있는 투표소에 투표하러 가거나, 신분증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투표를 하지 못하게 될때 잠정 투표를 할 수 있게 돼 있지만 개표와 관련한 세부 원칙이 확정되지 않아 얼마든지 선거 부정과 불신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음이 이번에 확인됐다. AFP통신은 또 2000년 이후 선거 절차를 간소화하고 선거인단 제도를 폐지할 것을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많았지만 채택되지 않아 올해도 그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노출됐고 선거결과 예측마저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2000년의 실책을 만회하려는 방송사들이 신중을 기하느라 컨소시엄까지 구성해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는 케리의 승리를 예상,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29개 주와 워싱턴 D.C에서 새로 도입한 현금지급기(ATM) 처럼 생긴 전자투표기도 유권자들의 혼란을 유발, 수백건의 불만이 쏟아졌으며 기존 천공 방식 투표지에대한 논란도 계속됐다. 터치 스크린 방식으로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은 자신의 표가 제대로 입력됐는지불안해했고 뉴올리언스에서는 투표기가 제대로 부팅되지 않은 것을 발견한 선거관리요원들이 이미 투표를 마친 유권자 수백 명을 다시 불러 투표하게 하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엄격한 감시와 투표기 작동 미숙, 투표율 증가 등이 겹쳐 최대 접전지인 오하이오주에서는 유권자들이 7시간이나 줄을 서다 지쳐 항의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선거감시단체인 일렉션라인은 2000년에 제기된 천공 방식 투표지와 전자투표기,부재자 투표 등의 문제가 올해도 여전했다며 "2000년 이후 정치적 절차에 대한 미국인의 불신이 고조돼 국론 분열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시민단체인 커먼 코즈는 이번 선거 동안 개설한 선거부정.불편신고 핫라인을 통해 17만5천 건의 불만전화가 접수됐다며 대부분이 투표시간 부족과 선거관리요원들의 강압적 태도 등에 대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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