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내가 본 오강현사장] 업적 과시않고 맡은 업무에 충실

어려운 일 당해도 차분하게 대처

채이식 고려대 법대학장 중요한 결단을 앞두고 망설일 때에 나는 항상 오강현 사장을 찾는다. 그는 아무리 어려운 일을 당해도 결코 당황하지 않고 아무리 급한 일을 당해도 차분하게 대처하는 사람이다. 순간적으로 어쩔 줄 몰라 두서 없이 사정을 호소해도 그를 만나고 나면 문제가 단순해지고 해답이 저절로 떠오른다. 오강현 사장은 항상 지나침이 없고, 머리가 좋아도 급하지 않고, 주관을 지키면서도 자기 고집만을 피우는 사람이 아닌, 그야말로 중용을 아는 사람이다. 내가 처음 오강현 사장을 만난 것은 37년 전 고려대 법대에 입학했을 때다. 우리는 다같이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청운의 큰 뜻을 품고 서울에 올라와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당초 기대와는 달리 학교는 시위에 휩싸였고 늘 조기방학을 했으며 한 해도 정상적으로 학기를 마친 적이 없었다. 지금 오강현 사장을 아는 사람은 조금 의아하게 생각하겠지만 당시 그는 열혈학도였다. 시위를 위해 교문을 박차고 나가기 직전에 도서관 앞 잔디밭에서 나라를 걱정하며 ‘법률공부는 해서 무엇 하겠느냐’고 우리 앞에서 외쳐대던 그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마 본인은 지금 전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당시 어려운 살림에 부모 친지의 기대 속에서 고시 공부에 열중하고 있던 우리들은 그의 외침이 상당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37년이 경과한 지금에도 나는 그의 핏속에는 당시의 정의감이 조금도 퇴색되지 않고 도도히 흐르리라고 확신한다. 오강현 사장은 대학 4학년 재학 중에 실시된 제9회 행정고시 합격자 27명에 들어 우리의 부러움을 샀다. 그 이후 상공부ㆍ특허청 등에서 20년간 중요 직책을 수행하고 퇴직 후에도 강원랜드 등 여러 국책 사업에 책임을 맡았지만 그가 지나간 뒤에는 항상 어디서나 잡음 하나 없고 깨끗했다. 우리 친구들은 이를 무엇보다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는 결코 자기 업적을 과시하거나 자기 실적을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다. 잘 나가는 공무원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는 사람도 아니었고 오로지 묵묵히 자기 일에 충실하고 멸사봉공의 정신으로 충만한 사람이다. 사회가 혼란하고 경제가 어려운 때에 비로소 우리 사회는 한 단계 도약해 선진 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날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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