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들이 하니까 아우들도 따라한다」국내 재벌들의 부당내부거래 행태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5일 밝힌 국내 6대이하 5개 그룹의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 조사결과를 보면 지난해 드러난 5대 그룹의 수법을 뺨치고도 남는다.
기업어음(CP), 후순위채, 환매조건부채권(RP)의 고가매입은 아예 기본이다. 5대그룹이 동원한 부당지원 수단은 1년도 안된 사이에 낡은 수법이 돼버렸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동양, 한화, 한진, 동부, 한솔등 5대 그룹은 계열사들을 부당지원하기 위해 듣도 보도 못한 신종수법을 대거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들 모르게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해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하는가 하면 심지어 융통어음을 높은 가격에 사 주기도 했다.
더욱이 이들 5개그룹의 부당내부지원 액수는 5대그룹의 지원 규모에 비해 적은 규모가 아니다.
이들은 자산 규모로만 따지면 재계 6위(한진), 8위(한화), 15위(한솔), 20위(동부), 23위(동양)등으로 5대 그룹의 5분의 1도 안되는 중견그룹이다.
그러나 이들의 계열사 지원성 거래규모는 2조5,000억원이나 돼 1, 2차 조사를 합쳐 5조5,000억원이었던 5대 그룹과 비교할 때 오히려 더 많다고 볼 수도 있다.
◇조사 결과의 특징= 이번 조사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특징은 부당내부거래가 5대그룹 뿐만아니라 국내 재벌 모두에 만연되어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공정위가 이번 조사에서 법위반 업체중 구조조정을 완료했거나 12·7 정·재계 간담회 합의 사항에 포함되어 구체적인 절차가 진행중인 7개분야 관련회사 2개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촉진을 위해 과징금을 면제해 준 것도 특징이다.
계열사에 합병된 평해광업개발, 제동흥산, 동양할부금융, 동양매직, 한화기계, 팝코전주에 공장을 매각한 한솔제지 등이 이같은 혜택을 받았고 매각추진중인 한화에너지와 한화에너지프라자도 과징금이 면제됐다.
반면 부실 증권사의 재무건전성 기준을 높여주기 위해 계열사들이 집중지원했던 한진, 한화, 동양그룹은 모두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또 삼성생명은 5대 그룹에 대한 1,2차 조사때도 특정금전신탁을 이용한 기업어음 고가매입의 수법으로 삼성자동차 등 계열사들을 지원해 각각 70억8,000만원과 11억8,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는데 이번에 또 적발돼 계열사 뿐 아니라 친족독립경영회사까지 무차별 지원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신종 수법= 5개 그룹은 5대그룹의 부당지원 수법을 무색케하는 방법을 동원했다.
특히 동양제과가 동원한 가공회사 만들기 수법은 공정위 관계자들조차 혀를 내둘렀을 정도였다. 동양제과는 가공회사인 화학컨설팅과 용산컨설팅이라는 개인사업체를 만들어 2억∼5억원의 기업어음을 발행하게 했다.
이 어음은 동양제과와 케이블TV 만화채널인 투니버스가 계열 종금사인 동양종합금융을 통해 매입했으며 이는 만기가 될 때마다 계속 이어져 각각 22번과 9번이 연장됐다. 매입할 때의 이자는 동양종금이 다른 기업어음에 적용한 할인금리에 비해 5∼30% 가량 낮았기 때문에 두 가공회사는 그 금리차이로 약 3억7,000만원의 이득을 보았다. 동양측은 이를 통해 조성한 자금을 계열사 증자에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5개 그룹은 이밖에도 주식 비싼 값에 사주기 건물 유지관리비 많이 주기 합병교부금 늦게 받기 신문광고료 대지급금 늦게 받기 보유 채권 싼 값에 팔기 어음관리계좌(CMA) 예탁수익금 많이 주기등의 수법을 동원해 계열사들은 부당지원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박동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