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KISTI의 과학향기] 백신 개발하기 까지

아이디어·개발·안전성 검증등 대량 시판까진 수십년 걸려


처녀들만 맞는 예방주사가 나왔다. 지난 5월 미국 제약회사 머크(Merck)에서 개발한 최초의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Gardasil)'이다. 세계 과학계는 가다실 개발을 환영하며 '암 정복의 길에 한 발을 내딛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가다실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재미동포 과학자인 브라운 암센터 김신제 박사가 백신 개발의 아이디어를 처음 낸 것은 1989년. 마침내 백신으로 상용화 돼 나오기까지 무려 17년이나 걸린 셈이다. 백신 개발이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가 세포 안에서 작용하는 기작(機作)을 반드시 알아야 하며, 이론을 실제에 적용하는 과정에서도 막대한 비용과 노력,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도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의 경우 아직도 몸속에서 면역계를 어떤 식으로 회피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 해답을 찾아낸 뒤에도 많은 문제가 남는다. 완성된 백신을 대량으로 시중에 내놓기까지 더 긴 시간이 걸린다. 왜냐하면 백신의 특성에 따라 생산방식과 효과를 검증하는데 필요한 시간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많은 백신은 달걀에 바이러스를 집어넣어 배양해서 만드는 과정을 거쳤다. 달걀에 바이러스를 넣어 계속 키우면 바이러스의 독성이 조금씩 약화된다. 이렇게 허약해진 바이러스를 사람 몸속에 넣으면 별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전멸된다. 하지만 우리 몸의 면역계는 바이러스를 퇴치한 '기억'이 면역세포에 남아 있어 다음에 독성이 더 강한 바이러스가 와도 이겨낼 수 있다. 독감 백신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이 방법의 가장 큰 단점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당연히 수익성과 생산성도 낮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방법이 모든 바이러스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때문에 동물, 식물, 균류 등 다양한 세포를 이용해 바이러스를 배양한다. 배양된 바이러스 자체를 주입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단백질(주로 표면 단백질)을 만들어서 주입한다. 그런데 어떤 단백질을 만들어야 효과적인 백신을 만들 수 있을지를 모르기 때문에 이를 검증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번에 나온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은 맥주 양조에 쓰는 효모 세포를 이용해 개발했다. 이렇게 백신이 만들어진 후 안전성을 검사하는 것은 백신 제조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차지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백신은 사람 몸에 직접 접종하기 때문에 생산과정에서 엄격한 무균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임상실험을 반복해서 일정한 제품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각국의 시험을 거쳐 시판 허가를 받기까지의 과정도 까다롭다. 만약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발견되면 문제가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해답은 백신 개발 과정을 더 단축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는 길이다. 백신 개발은 아이디어의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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