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9시(현지시각)를 전후해 삼삼오오 짝을 이뤄 대사관을 찾은 이들은 저마다 한 손에 꽃다발을 들고 있었고 대형 조화를 대사관으로 안으로 옮기기도 했다. 이날 대사관을 찾은 북한 주민 중에는 100명 안팎의 젊은 여성들이 눈길을 끌었다. 남성 인솔자를 따라 대오를 갖춰 질서정연하게 대사관으로 들어간 여성들은 베이징시내에 있는 북한 식당 등에 근무하는 여성근로자로 보였다. 별도의 기념행사가 있느냐는 물음에 중국 공안은 "모르겠다"고 답했고 뒤이어 대사관 직원으로 보이는 남성은 공안에게 질문에 답하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대사관 앞에서 마주친 북한 주민들은 질문에 답하지 않고 대사관 안으로 빠르게 들어갔다. 40대로 보이는 한 북한 남성은 장성택에 대해 묻자 즉각 '반역자'라고 지칭하며 "그런 자들은 우리 경제발전에 아무 필요도 없는 자들" "한낱 우리에게 상관도 없는 자들"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행사가 끝난 뒤 북한대사관은 이내 정적에 휩싸였다. 한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장성택 처형 등 북한의 정세 변화 이후 주중 북한대사관에 머물고 있는 직원들의 외부출입이 줄었고 식자재 등도 공동구매하는 등 외부활동 자체를 제한하고 있다. 이날도 차량이 출입하는 후문에는 차 안이 전혀 들여다보이지 않을 정도로 검은색 선팅을 한 승합차만 출입할 뿐 외교차량은 보이지 않았다. 대사관 내 모습도 조용했다. 추모행사를 한 것으로 보이는 조형물 주변에 꽃다발과 화환이 놓여 있을 뿐 대사관 직원들은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대사관 벽에 붉은 바탕에 흰 글씨로 '선군조선의 태양 김정은 장군 만세'라는 글만 보였다.
이날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북한 공관에도 현지 체류 북한인들이 줄을 이었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 관계자들도 조화를 준비해 북한 영사사무소를 찾아 애도를 표했다. 지난해 1주기 당시 잠시 조문소가 마련된 영사사무소를 공개하기도 했던 북한공관은 올해는 외국 기자들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중국 내에서 장성택 처형 후 김정일 2주기를 맞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관망에서 관찰로 바뀌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북한의 급변사태 등에 대해 예의 주시하며 만약의 사태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다 미국 등 서구사회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은 줄곧 북한을 '안보 완충지대'로 생각해왔지만 이제 이런 역할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며 "북한에 내란이 발생하면 중국에 대한 위협이 가장 크고 북한 내란은 직접 중국의 국가안보와 핵심이익을 위협하게 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