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스크린·안방극장 휩쓰는 북한 스토리

남북 첩보액션 '베를린' 이어 '용의자' '동창생' 줄줄이 개봉<br>'힘내요 미스터김' '… 나비부인' 드라마도 탈북자 모습 담아<br>냉전·민족주의 시각 벗어나 인간적인 개인의 삶에 초점

베를린

동창생

힘내요 미스터김

가깝고도 먼 그곳, 북한 이야기가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달구고 있다.

지난 달 29일 개봉돼 첫 주 200만 관객을 넘긴 영화'베를린'은 북한에서 반역자로 몰리는 통역관(전지현)과 그의 남편인 북한 출신 무국적 비밀요원(하정우), 이들 부부를 제거하려는 북한 권력자의 아들(류승범), 한국 국가정보원 요원(한석규)이 서로 표적이 돼 제3국 독일 베를린에서 벌이는 이야기를 담은 첩보 액션물이다.

1999년'쉬리', 2000년'공동경비구역 JSA'가 나왔을 때만 해도 북한 소재의 영화는 이례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충무로에 북한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가 줄을 잇고 있다.


올 6월 개봉 예정인 영화'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는 김수현이 남파된 북한 간첩을 연기한다. 북한 비밀 특수 부대 엘리트 요원이 남한 달동네 바보 백수로 위장하고 임무를 수행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2010년 한 포털 사이트에 연재돼 인기를 누린 동명의 웹툰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관련기사



배우 공유와 아이돌 그룹 빅뱅의 탑(최승현)도 북한 요원으로 변신한다. 공유는 12월 중 개봉 예정인 영화'용의자'에서 살인누명을 쓴 전직 북한 특수부대 요원으로 열연한다.

하반기 개봉 예정인 영화'동창생'은 억울한 누명을 쓴 남파공작원을 아버지로 둔 소년이 이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되는 여동생을 살리기 위해 남파간첩이 되는 이야기다. 탑은 신분을 숨긴 채 남으로 내려온 고등학생 명훈 역을 맡았다.

전문가들은 분단된 상황에서 북한은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일종의 이야기 창고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고 분석한다. 관객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그곳에서 온 사람, 그곳의 일상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고 상대적으로 창작적 자유가 보장된 북한 소재 이야기는 감독이나 제작자 입장에서도 구미를 당기는 요소다. 영화평론가 전찬일 씨는 "천안함·연평도ㆍ미사일 발사 사태 등 관심이 고조되는 상황과 맞물려 북한 소재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올 때가 됐다"고 말했다. 문화평론가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국내 영화가 할리우드 스파이 영화의 공식을 빌려왔고, 한국식으로 변형하는 과정에서 가장 손쉽게 가미할 수 있는 소재가 북한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북한 소재를 다루는 방식과 관점은 예전과 달리 다양해졌다. 냉전적 시각으로 묘사했던 단순한 공식에서 벗어나 국가라는 틀 안에서 희생될 수 밖에는 없는 개인의 삶과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KBS 1TV 일일극'힘내요 미스터김'에는 함경북도 무산 출신의 19세 탈북자 청년 리청룡(연준석)이 등장한다. 탈북 과정에서 겪은 공포로 인해 불을 환히 켜고 자는 습관을 비롯해 극심한 배고픔을 겪었던 탓에 엄청난 식탐을 보여주는 그의 일상을 보며 간접적으로나마 탈북자의 힘들었던 과정을 엿볼 수 있다. SBS TV 주말극'내사랑 나비부인'의 탈북처녀 리국희(김준형)는 새터민 생활 4년째로 북에 두고 온 어머니를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중국 브로커에게 넘겨 줄 돈을 모았지만 사기사건에 연루돼 몇 년 간 모은 돈을 한 순간에 잃어버린다. 드라마는 그런 국희가 나락으로 떨어진 순간에도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밝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교수는"과거에는 북한을 다룰 때 민족주의가 주된 색채였다면 이제는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보다 글로벌한 관점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며"국가 대 개인으로 놓고'한 국가의 무소불위 혹은 비효율성에 희생된 개인 역시 피해자'라는 인식을 기저에 깔고 있다"고 풀이했다.


김민정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