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충격에 휩싸인 상황에서도 내년 목표로 내건 강성대국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정은 후계체제 안착을 위한 명분 쌓기 작업의 일환이다.
지난 19일 김 위원장이 급사한 소식을 전한 이후에도 북한의 모든 매체들은 공장과 기업소에서 강성대국 건설이 지속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근로자들을 독려하는 데 주력했다.
새로운 권력자로 등극한 청년 지도자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민심을 얻으려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강성대국 진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강성대국 진입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북한 모든 매체들이 앞장서고 있다. 당장 조선중앙통신은 21일 ‘조선인민의 강성국가 건설은 계속되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민족최대의 국상을 당한 조선의 군대와 인민이 피눈물을 삼키며 강성국가 건설을 위한 투쟁에 더욱 과감히 떨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통신은 또 김 위원장 서거 소속이 전해진 19일에도 평양 만수대지구 건설장에서 작업이 계속됐다고 소개했다. 같은 날에 특히 ‘더 많은 일을 하자’는 제목의 글에선 평양방직공장의 한 직포공이 "하나의 생산물이라도 더 만들어내는 것, 바로 이것이 위대한 김정일 동지께서 그토록 바라시던 인민생활 향상에 이바지하려는 조선노동계급의 정신세계이며 투쟁기풍"이라며 강성대국 진입을 위한 북한 주민 독려에 나섰다.
20일에는 평양방송이 "우리 인민은 주체혁명 위업 완성을 위한 진군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반드시 이 땅 위에 강성대국의 승리를 안아올 것"이라고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이처럼 북한의 모든 매체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이 된 강성대국 건설과 경제발전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독려하는 것은 김정은 후계체제의 안착을 위한 명분 쌓기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강성대국 건설을 통해 김 부위원장의 가시적인 업적으로 부각시키는 동시에 권력승계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강성대국 건설을 독려함으로써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여파로 각지에서 작업 분위기가 해이해질 것에 대한 현실적 우려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은 내년에 열릴 각종 정치성 이벤트를 통해 김정은 후계체재의 안착과 내부 결속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이 ‘김정은 체제’의 사실상 첫 해라는 점에서 궐기행사의 규모는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내년 1월8일이 김 위원장 사망 직후 처음 맞는 김 부위원장의 생일이라는 점. 김 부위원장의 실제 출생연도는 1984년이지만 내년에 30세를 맞춰 82년생으로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북한은 내년 김 주석 생일에 맞춰 평양 10만 가구 살림집 건설 완료, 105층짜리 류경호텔 보수 개장 등을 내세워 강성대국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경축행사를 벌이는 계획을 김 위원장 사망 이전부터 준비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내년에 잇단 대규모 행사를 김정은 체제의 정치적 기반을 탄탄하게 닦는 기회로 삼게 될 것”이라며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 시대를 연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역점을 둘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