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靑 '멀티 국정홍보' 藥? 毒?

굵직한 국정현안들 다른 목소리 내며 우회 돌파<br>동남권 신공항·국방개혁 등 현안 생길때마다 패턴 반복<br>단기적 갈등 완화 효과 불구 신뢰 흠집 자충수 될 수도

동남권 신공항 계획과 T-50 고등훈련기 수출, 국방개혁 등 핵심 국정현안에 대한 청와대의 '멀티플레이' 홍보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역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동남권 신공항 계획과 국익에 직결된 T-50 수출, 군 내부의 반발을 사고 있는 국방개혁에 대해 청와대가 다양한 경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갈등을 완화함과 동시에 국정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는 다중의 이득을 톡톡하게 누리면서 이 같은 홍보방식이 고착화하는 모습이다. 동남권 신공항의 경우 발표 사흘 전 청와대는 정부 핵심 관계자의 전언 형식으로 '백지화'를 공식화했지만 즉각 이를 부인한 뒤 이튿날 "관계부처에서 심사가 끝나면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는 청와대의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이미 내려진 '백지화' 결론을 살짝 알린 뒤 이를 부인하고 중립적인 듯한 공식적 입장을 내놓는 '3중 플레이'를 통해 청와대는 동남권 신공항 발표 이후의 반발에 완충장치를 만드는 성과를 냈다. T-50 수출의 경우 청와대는 주요 관계자를 통해 "이르면 다음주 인도네시아에서 우리나라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정하게 될 것"이라는 소식을 알렸으나 공식 라인에서 이를 번복했다. 30일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아직 우선협상 대상자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얘기가 나온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공식부인'을 통해 T-50 수출 부담을 덜면서도 '첨단 국산무기 첫 수출'이라는 쾌거를 미리 알림으로써 국정원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으로 실추된 정부의 이미지를 만회하는 효과를 얻었다. 국방개혁 문제에 대해서는 한편으로 청와대 핵심참모가 국방부 안팎의 반발에 대해 '항명'까지 거론하며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공식 라인을 통해서는 "국방부 개혁은 장관이 중심이 돼 잘해나갈 것"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면서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를 통해 청와대는 국방부에 강한 경고를 보내는 동시에 국방부 장관에 대한 신임을 확인하는 일거양득의 결과를 얻었다. 이처럼 청와대는 굵직굵직한 국정현안들을 이중삼중의 플레이를 통해 우회 돌파하는 방식이 다중효과를 얻는 실용성이 거듭 확인되면서 '멀티 국정홍보'를 자주 구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도 정치자금법 개정안과 개각 문제 등 국민적 견해가 엇갈리거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공식 홍보 라인보다는 비공식 라인을 적극 활용해 국정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의 '다중홍보'는 당장의 효과는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신뢰에 흠집을 내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의 경우 청와대가 직접 나서 지역민들의 충격과 반발을 완화시키는 소득은 있었으나 최종 결정의 중립성이라는 대원칙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다. 또한 T-50 문제는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수출 때 국익을 고려해 수개월씩 언론에 엠바고(보도자제)를 요청했던 전례에 비춰 이율배반적이어서 청와대가 엠바고를 편의에 따라 적용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청와대 참모가 '항명'까지 거론하며 국방부에 경고를 보낸 것은 국민들에게 군 통수권자에 대한 군의 '항명'이 있는 것 아니냐는 극도의 불안감을 낳을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라는 지적도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정권 후반기에 접어들수록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청와대 참모들로부터 다른 목소리가 나는 것은 국민에게 혼선을 준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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