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정전사태, 재발 안 되려면


지난 9월15일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해서 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입었다. 여러 전문가들은 사태의 발생 가능성을 예고해왔다. 예년과 달리 지난 겨울과 여름에 전기 소비절약을 호소하는 지식경제부 장관의 대국민담화문이 발표됐다. 심각한 전력수급 불균형을 정부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수요가 높은 한여름을 무사히 넘기고는 9월 중순 늦더위에 결국 터졌다. 정전 비상수요관리 체제 필요 수요예측 오차, 공급능력 판단 오류, 관계기관 사이의 정보 소통 부재 등이 원인으로 확인됐다. 예측 오차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정보를 활용하는 선제적 대응이 모자랐던 점이 무엇보다 아쉽다. 몇 시간만 일찍 정전의 실행 가능성을 알았더라면 사태라고 부르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순환정전은 예고된 상황에서 이뤄진다. 예고된 정전은 불시정전과는 달리 적은 사회적 비용으로 보다 큰 수요 감축을 유도할 수 있다. 정전의 우선순위도 달라진다. 이상은 사태 당일 터진 문제점으로 앞으로 충분히 해소되리라 믿는다. 더 큰 문제는 이번 겨울에 다시 순환정전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다. 더 이상 정전은 없다고 약속하기보다는 국민들에게 정전 가능성을 알리고 상황 발생시에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고 이를 동원할 체제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겨울철 전력난이 더욱 심각하기 때문이다. 올해의 최대전력 기록은 한여름이 아닌 1월17일 정오(7,314만㎾)였다. 당시의 예비전력은 비상상황인 400만㎾ 수준으로 공급예비율은 5.5%에 불과했다. 9월15일 순환정전 실시 직전에 정부가 인식하던 예비력 상황과 비슷하다. 이러한 기록적 최대전력수요도 다양한 비상수요관리체제를 동원해 150만㎾ 정도의 수요를 감축시킨 후의 결과였다. 더구나 당일 서울 최저기온은 그 전날 일요일에 비해 3.7도 높았었다. 만약 전날 기온이 평일인 다음날에도 이어졌다면 지난 겨울에 대규모 정전이 나타날 수 있었다. 현재의 공급설비는 적어도 4, 5년 전에 예측한 수요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따라서 최근의 전력난은 예측수요에 비해 실적치가 크게 높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력소비 증가율 10.1%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비춰 약 4년간의 소비증가에 해당한다. 이 같은 전력소비 급증 현상의 기저에는 공급원가에 비해 크게 낮은 전기요금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기요금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반값 수준에 불과하다. 2008년도에 전기요금은 원가의 75% 수준으로 한전은 사상 최초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후 4년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낮은 요금은 전기를 쓰는 사람이 쓴 만큼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부를 사용량과 상관없이 국민들이 세금과 같은 다른 형태로, 그리고 다음 세대가 부담하도록 하면서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 간, 세대 간의 형평성 문제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전을 불러올 정도의 전기 과소비 현상이다. 단기적으로 수급균형 회복의 핵심 대책이 될 다양한 수요관리제도의 운영 효과도 전기요금 수준의 적정성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면 높은 원가의 전력생산부터 줄면서 중기적으로 국민 부담은 줄어든다. 전기요금 현실화도 서둘러야 소비자로 하여금 전기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도록 하는 분명한 가격신호의 제공이 절약에 대한 소비자 교육ㆍ홍보 프로그램과 결합될 경우 그 효과는 강력해진다. 합리적 전기소비를 유도하고 소비자 간 형평성과 정부재정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 그리고 당장 무엇보다 정전으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 발생을 회피하기 위해 전기요금의 현실화를 서둘러야 한다. 이와 더불어 그동안 미뤄온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를 실행해 지금까지 원칙보다는 다른 정책적 목적이 강조되고 여건 변화가 무시되는 경직적 요금결정체계의 관성적 운영에서 탈피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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