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자산관리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의 경영권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총 31조원 규모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새로운 외부 건설투자자 영입을 통한 새판 짜기에 나서게 됐다.
삼성물산은 31일 용산역세권개발의 경영권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이날 결정에 따라 보유 중인 AMC 지분 45.1%(약 13억5,300만원)를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에 양도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용산개발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PFV) 이사회 측에 전달했다. 아울러 AMC에 추천된 이사의 사임, 파견 임직원 철수 등 관련 절차도 밟아나가기로 했다.
삼성물산의 한 관계자는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면 코레일의 의지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AMC 경영권을 넘기기로 결정했다"며 "앞으로 드림허브의 건설출자사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급보증을 둘러싼 코레일과 삼성물산 간의 갈등도 일단락돼 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용산개발, 땅 주인 코레일이 전면에 나선다=삼성물산이 AMC 경영권을 포기한 것은 단순 건설투자라는 지위 외의 모든 권리ㆍ의무를 포기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삼성물산 퇴진을 조건으로 새로운 외부 건설투자자 유치와 4조5,000억원 규모의 랜드마크 빌딩 매입 방침을 밝혔던 코레일이 사업의 전면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코레일은 오는 9월13일 건설투자자 모집공고를 낸 후 참여업체 선정, 지급보증 확약서 제공을 거쳐 12월15일 자금조달 순으로 외부 건설투자자 유치를 확정할 계획이다. 코레일은 삼성물산의 경영권 포기를 전제로 제안했던 용산 랜드마크 빌딩 매입, 토지대금 신용 보강 등 기존에 약속했던 내용들을 빠짐 없이 실행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와 함께 기존 건설투자자와 전략ㆍ재무투자자들도 증자ㆍ지급보증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외부 건설투자자 유치가 관건=삼성물산이 용산역세권개발의 경영권을 포기하면서 코레일이 사업 전면에 나서게 됐지만 지급보증이 가능한 외부 건설투자자 영입이 관건이다. 코레일은 삼성물산이 경영권을 내놓으면 전체 시공지분 중 기존 17개 건설투자자에게 20%만 할당하고 나머지 80%에 대해서는 토지대금 지급보증을 전제로 외부 건설사 및 기존 건설투자자에게 배당하기로 했다.
하지만 건설사들이 지급보증에 대해 여전히 난색을 표명하고 있어 외부 건설사 유치가 그리 녹록지 않다. 이미 각종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지급보증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용산개발과 관련해 지급보증을 늘릴 여력이 있는 건설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향후 분양수익 등 사업성도 불투명해 업체마다 지급보증을 조건으로 용산개발에 참여하는 것에 유보적이다. 특히 빅10 건설사 중 용산개발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여전히 용산개발사업은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사업인데다 자칫 잘못하면 리스크만 떠안을 수 있는 프로젝트로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