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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2월 23일] 연기금의 정치 후원금 강요
임진혁 기자 (증권부) liberal@sed.co.kr
기관투자가의 '대량 주문'은 증권사의 주요한 수익원이다. 개인 투자자들보다는 기관의 주식매매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수수료 수입도 만만치 않다. 증권사들은 당연히 조금이라도 더 많은 주문을 확보하려고 애쓰게 된다. 자연스레 '기관은 갑, 증권사는 을'이라는 관계가 형성된다.
언제 어디서나 '을'은 '갑'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국민연금이 보유한 청풍리조트 상품권을 증권사들에 구입을 권유했다는 사실이 논란이 된 것도 이런 역학관계를 보여준 사례다.
어차피 필요한 상품이라면 아는(거래관계가 있는) 사람에게 사줄 수도 있다고 치자. 문제는 이런 권유가 단순히 상품판매를 넘어 특정 정치인에 대한 후원으로까지 확대됐다는 데 있다. 상당수 기관투자자들이 증권사 직원들을 상대로 관련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들의 정치 후원금 기부를 요청한 것이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10만원의 후원금을 내도 세액공제를 통해 돌려받기 때문에 부담 없이 요청하고 흔쾌히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기관들도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후원금 납부를 부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세금이 편법을 통해 특정 정치인의 호주머니로 흘러들어 간다는 것은 옳지 않다. 투명한 정치자금 조성 및 국민들의 정치참여를 독려하고자 만든 '정치자금 연말정산 세액공제 혜택'이 악용되고 있다. 이런 관행이 되풀이된다면 자원배분의 왜곡은 점점 심해지고 '힘' 있는 정치인들의 후원금 모집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게 뻔하다.
일부에서는 정치 후원금을 세금 환급을 통해 돌려주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후원금 가운데 일부만 환급해준다면 이런 후원금 강요행위도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정치자금 조성을 크게 위축시켜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정치 후원금 강요 등 부작용을 손질할 수 있는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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