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아세안서 한·중 따돌리기 행보

日, 영토·과거사 도발로 고립 자초하더니…<br>치앙마이이니셔티브와 별도로 독자 금융협력 체제 출범 예정


최근 영유권과 역사인식 문제로 한국ㆍ중국과 외교적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이 동남아시아와의 금융협력에서도 한국과 중국을 따돌리고 독자 행보에 나서기 시작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이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과 한중일 3국(아세안+3)이 체결한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와는 별도로 아세안 10개국과 일본 간 새로운 금융협력체제를 출범시킬 예정이라고 26일 보도했다. 일본을 포함한 11개국은 인도 뉴델리 인근에서 열리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기간인 다음달 3일에 첫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별도로 소집할 예정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새로운 협력체제는 일본이 아세안 채권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보유한 외환으로 각국 국채를 매입하고 태국ㆍ말레이시아ㆍ인도네시아ㆍ싱가포르ㆍ필리핀와 달러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현지 중앙은행들은 일본 기업들의 진출을 촉진하기 위해 동남아 각국으로 발을 뻗는 일본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와 필리핀ㆍ싱가포르 중앙은행이 일본 민간은행에 현지 통화로 자금을 공급하는 협정을 각각 맺을 예정이다. 엔화와 현지 통화를 직접 거래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이날 오전 각료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아세안+일본 협력체제에 관한 질문에 "아직은 조정 단계"라면서도 "아시아가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과 아세안 간 회의는 필요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과 중국이 배제된 새로운 체제가 아세안에 대한 일본의 지원 의사를 강조해 이 지역의 성장력을 일본이 흡수하기 위한 의도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2000년 아시아 금융위기에 공동 대응할 목적으로 '아세안+3'가 합의한 CMI와 달리 성장을 위한 원활한 자금공급을 목적으로 한다며 기존 체제에 대한 보완 기능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영유권 분쟁과 역사인식 문제 등으로 한일, 중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일본이 한중일 공동 협력체제를 우회하는 독자 행보에 나서는 것을 한국이나 중국이 좋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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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한국 및 중국과의 틀어진 외교관계를 복원시키기보다는 다른 외곽 국가들과의 외교관계 구축에 열을 올리며 동북아 내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아베 신조 정권의 외교 행보와도 일맥상통한다.

아베 총리는 당초 다음달 말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중일 정상회담이 일본과 한중 간 외교 마찰로 성사되기 어려워지자 그 시기에 미얀마를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말에는 러시아, 다음달 초 터키 방문도 예정돼 있다. 반면 최근 악화일로인 중일 관계를 고려해 다음달로 예정됐던 오타 아키히로 국토교통상의 중국 방문은 연기했다. 5월이면 정례적으로 열리던 한일 정상회담 역시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은 최근 주요 각료들과 의원 168명의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에 이어 아베 총리가 과거 일본의 주변국 침략 사실을 부정하는 역사인식을 드러내면서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강력한 비난을 받고 있다. 국내외 반발이 거세지자 아베 총리는 이날 중의원 내각위원회에서 "역사인식 문제가 외교ㆍ정치문제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서도 "(침략의) 정의는 지금도 여러 관점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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