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4월3일, 미국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 모토로라의 마틴 쿠퍼(당시 45세) 박사가 거리를 걸어가며 무선전화기에 소리쳤다. '조엘인가, 난 지금 셀룰러폰으로 전화하고 있다네. 휴대폰이라고!' 요즘과 같은 형식의 휴대폰이 처음 사용된 순간이다. 상대방은 벨연구소의 조엘 엥겔(37세) 박사. 쿠퍼와 제한적 협력자인 동시에 경쟁자였던 엥겔조차 첫 통화에 놀랐다. 과정이 복잡했기 때문이다. 휴대폰에서 발신된 전파는 인근 50층 건물의 기지국과 이동추적 장비, 일반 유선전화망을 거쳐 음성으로 변환돼 엥겔의 책상 위 유선전화기로 전달됐다. 쿠퍼의 전화기는 최초의 휴대폰일까. 그렇지 않다. 1950년대에 미국과 스웨덴에서 경찰용 차량전화를 응용한 무게 40㎏짜리 휴대폰이 등장했고 구 소련은 1960년대 중반 라디오 무선기술을 이용해 장거리(30㎞급) 휴대폰을 개발해 34개 도시에 보급한 적도 있다. 특허로만 따지면 휴대폰이 구상된 시기는 19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많은 엔지니어 중에서 쿠퍼가 '휴대폰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유는 요즘 휴대폰과 작동원리가 같기 때문. 다수의 가입자가 동시에 통화할 수 있다는 이점에도 쿠퍼의 휴대폰은 실용화까지 개발비 1억 달러와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1983년 모토로라가 선보인 보급형 휴대폰의 무게는 무려 850g. 10시간 충전해 35분 통화할 수 있는 알량한 스펙에 3,995달러라는 고가였지만 출시 2년 만에 20만대, 5년 만에 150만대가 팔렸다. 한국은 활짝 열린 휴대폰 시대의 수혜자다. 후발주자임에도 한국산 휴대폰은 고품질로 명성이 높다. 문제는 변화대응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 스마트폰 경쟁에서 한국은 잘 보이지 않는다. 첫 휴대폰의 출산 고통을 떠올릴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