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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11월18일] G20, 경제권력의 이동을 선언하다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와중에서 그 사건의 가치를 평가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이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은 분명히 최근의 금융위기만큼이나 역사적인 사건으로 비춰졌다. G20 참가국 명단에는 국제 외교무대에서 그 위치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국가들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주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거의 전부 포함돼 있다. 이들 국가들이 전부 모여 주요 어젠다에 대해 논의한다는 것은 경제 권력의 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는 이야기와 같다. 이 같은 의의하에 G20의 선진국과 개도국들은 금융위기의 본질적인 원인과 그 해소방안에 대해 합의를 봤다. G20은 금융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금융시스템 자체의 실패와 함께 거시정책의 잘못된 운용을 꼽았다. 금융위기의 해소방안으로는 세계적인 경기부양 및 개방경제 유지를 위한 강력한 공조가 제창됐다. 우리가 지난 1930년대 대공황에서 얻은 교훈은 보호주의 정책이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이다. 다행히도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도하라운드가 타결돼야 할 이유도 더욱 분명해졌다. 물론 각국이 특히 경제규모가 큰 국가일수록 자국의 재정적자 문제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 밖에 G20 정상들은 각국 재무장관들에게 오는 2009년 3월까지 달성해야 할 어려운 임무를 줬다. 각국 재무부는 ▲금융기관 감독 제도 개편 ▲국제 회계기준 재검토 ▲파생상품시장 감독 강화 ▲금융기관 보수체계 개편 ▲국제 금융기구 개혁 등의 임무를 떠맡았다. G20 정상들은 또 국제금융협의체인 금융안정포럼(FSF)에 대한 신흥 개도국 참여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전세계 경제가 위험에 처한 만큼 G20의 계획은 야심차다. 각국은 경기침체의 영향력을 줄여나가면서 보다 견실한 경제 및 금융체제를 고안해내야 한다. 이는 세계 각국의 공조를 통해서만 성취해낼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이끌 미 차기정부도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세계가 함께 움직인다면 금융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어떤 강한 정부라도 경제를 살려내지 못할 것이다. 간단한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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