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은 1996년 7월에 문을 연 후 중소ㆍ벤처기업들의 자본조달시장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왔다. 현재는 1,006개의 기업들이 상장돼 있어 상장회사 숫자로는 유가증권시장(729개)보다 많다. 코스닥시장 전체 상장회사들의 시가총액은 120조원, 자본금 총액은 12조원으로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11%, 자본금 총액의 12% 정도다. 코스닥시장 상장회사의 평균 자본금 규모는 유가증권 상장회사 평균의 9%에 해당해 대부분이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임을 알 수 있다.
신생벤처 회피로 신시장 명성 퇴색
한국의 코스닥시장과 같이 주요국에는 중소기업 상장을 담당하는 거래소들이 있다. 이런 시장들을 신시장(New Market) 이라고도 하는데 영국의 AIM시장, 캐나다의 TSX Venture 등이 대표적이다. 전세계 신시장 중에서 코스닥시장은 규모 면에서 꽤 큰 편에 속한다. 해당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신시장의 시총 규모가 2010년에 평균 2.76%였던 반면 코스닥시장의 경우는 8.33%이었다. 주시장과 비교한 신시장의 시총 규모도 세계 평균이 1.43%이었던 반면 코스닥은 7.73% 이었다. 이 정도면 규모 면에서는 코스닥시장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성장세가 급격하게 둔화되고 있다. 코스닥시장 상장기업 수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약 두 배로 성장했으나 최근 5년간은 정체상태다. 벤처기업들의 수는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해왔으나 코스닥상장 벤처기업 수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기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시가총액과 업력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신규 상장기업들의 평균 시가총액은 2004년 227억원에서 2011년 645억원으로 평균 업력은 2004년 9.3년에서 2010년 12.2년으로 증가하고 있다. 초기 성장단계에 있는 기업들보다 중견기업들이 상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 몇 년간 코스닥 상장요건이 지속적으로 강화돼온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10년 전과 비교해서 경영성과ㆍ감사의견ㆍ소유구조 등에 대한 상장요건이 신설됐다. 상장요건 강화는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투자자보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투자자 보호 문제는 코스닥시장의 오랜 문제점으로 지목돼왔다. 기관투자가들이 투자를 기피하고 있고 애널리스트 커버리지가 되는 종목수가 얼마 되지 않아 정보 비대칭이 심해 진정한 기업가치보다는 풍문에 의한 투자가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 개인들이 90% 이상 차지하고 거래 대부분이 단타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양질의 자본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중소기업들의 장기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신뢰회복을 바탕으로 한 기관투자가들의 참여가 증가해야 한다.
투자자 보호ㆍ기관참여 확대해야
한국거래소는 초기 성장단계에 있는 기업들에 위험자본을 공급하는 시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새로이 '코넥스(KONEX)'라는 시장을 개장할 예정이다. 코넥스시장은 투자자보호를 위해 지정자문인제도와 적격투자자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증권사가 유망한 기업을 발굴해 상장 인수업무를 맡고 상장 후에도 기업들의 공시와 관련된 업무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국내에는 처음 도입되는 제도라 실험적인 측면이 없지 않으나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코스닥시장도 도입을 고려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