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출입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웃돌 것으로 추정돼 자본이동에 따른 경제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더욱이 외국인 직접투자와 금융기관·기업 등 내국인 해외차입분까지 감안하면 전체 자본 유출입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증시와 외환시장에 만성적인 불안정 요인이 커지면서 대내외적 여건이 급변할 경우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사태를 맞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외환당국은 최근 자본 유출입 동향에 주목, 외국인 투자 자금의 유출입 동향과 외환시장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한편 외화가변예치금제(VDR) 도입 시기 등을 신중히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외환당국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6월말까지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츌입규모는 299억6,600만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동안의 150억1,200만달러보다 두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올들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출입규모는 1월부터 3월까지 월 평균 40억달러 수준을 밑돌았으나 4월 55억8,400만달러를 기록한후 5월 58억4,100만달러, 6월 73억7,500달러 등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7월들어서도 9일 현재 유출입 규모가 30억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1.9%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에는 최소한 15%선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올해 연평균 환율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떨어져 GDP대비 15%선으로 추정되나 환율 수준이 같다면 이 수치는 20%이상으로 올라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시 활황으로 외국인들의 투자수익도 크게 늘어 상반기중 외국인들이 5대 블루칩종목에서 얻은 투자수익과 환차익이 15조원에 달하고 있다. 이는 상반기중 경상수지 흑자 추정액 128억2,000만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증시 상승과 환율하락으로 막대한 차익을 실현한 외국인 투자자금들은 한국시장에서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13억6,000만달러 순유입되며 지난해 2월이후 최고를 기록했던 외국인 투자자금 순유입은 4월 한달을 제외하고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지난 6월에는 10개월만에 처음으로 순유출(유출이 유입보다 많음)된 데 이어 7월들어서도 순유출세를 계속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단기 매매성향이 강한 헷지펀드 뿐 아니라 연기금 등 장기투자자들도 주가상승으로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한국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자 보유주식을 매도, 달러를 바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올들어 줄곧 하락세를 유지해온 환율이 7월들어 오름세로 상승한 것도 외국인들의 주식자금이 국내에서 재투자되기 위해 대기 자금으로 머물지 않고 본국 송금을 위해 달러로 바뀌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연구원 최공필(崔公弼) 연구위원은 『자본 유출입과 증시·부동산 등 자산 불안정, 통화불안이 맞물릴 경우 그 파괴력은 외환위기보다 심각해질 수 있다』면서 『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을 억제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권홍우 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