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전력난 日 기업들 '절전 비즈니스'로 성장 돌파구 찾는다

대지진 이후 태양광·리튬전지분야등 투자 대폭 늘려<br>에너지 절약사업을 불황 벗을 새 성장동력으로 육성<br>정부도 신재생에너지 법안 마련등 파격적 지원 나서


지난 3월 대지진과 원전사고로 대규모 전력난에 시달린 일본 기업들이 절전 비즈니스에서 도약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초유의 전력부족 사태와 원자력발전에 대한 반발 여론 속에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국민들의 인식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경제는 에너지 절약형 구조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70년대 오일 쇼크 이후 '경박단소(輕薄短小)'제품과 연비절감 엔진 등을 앞세워 80년대 고성장을 이끌었듯이, 대지진이 일본에 또 한 번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초유의 대지진과 전력위기가 오랜 불황으로 한계에 봉착했던 일본 산업계에 차세대 친환경 기술혁신과 경쟁력 확보의 길을 열어 주며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마련해 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국토교통성이 모든 신축 건물에 대해 일반 건축물 대비 에너지 소비량을 20~30% 가량 낮추는 수준에서 에너지 절감 기준을 의무적으로 적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냉난방과 조명에 따른 에너지 소비량이 일정 기준을 넘지 못하도록 오는 2013년 관련법을 개정하고 2020년부터는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건물에 대해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금도 건축물에 대한 에너지 기준은 있지만 의무화를 하지 않은데다 기준에 맞추려면 건축비가 10% 정도 더 들기 때문에 현재는 신축 주택 10채 가운데 4채 정도만이 기준을 충족시키고 있다. 국토교통성의 이 같은 방침은 지난 3월 이후 일본 사회의 최대 화두가 되고 있는 에너지 절약(쇼에네ㆍ省エネ) 움직임의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지난달에는 경제산업성과 국토교통성이 지금보다 대폭 강화된 자동차 연비기준을 내놓았다. 2020년까지 연비를 2009년 대비 24.1% 개선토록 하는 안으로, 앞서 7월 발표된 미국의 연비 규제안을 웃도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기준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신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파격적인 지원안도 마련됐다. 일본 국회는 지난달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전력회사가 고정가격으로 구입해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신재생에너지법'을 통과시켜 친환경 에너지 산업 도약을 위한 든든한 발판을 마련했다. 전력부족이라는 뜻밖의 악재에 기업들도 적극 대응하고 나섰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국의 주요 240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대지진 이후 일본 경제에 몰아친 전력위기 이후 신재생에너지 연구와 절전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기업들의 2011년도 연구개발비는 전년대비 6.1% 늘어난 10조982억엔으로 특히 혼다와 닛산, 미쓰비시전기 등 전체의 30%에 해당하는 기업들의 연구개발비는 두자릿 수의 증가율을 보일 전망이다. 기업들이 역점을 두는 투자 분야(복수응답)는 축전지 등 절전 분야가 52.6%, 태양광발전 등 신재생에너지가 41.9%에 달한다. 가령 올해 투자를 전년대비 13.8% 늘린 혼다의 경우 하이브리드자동차와 축전지 뿐 아니라 전기자동차를 이용한 가정용비상전원 등의 연구개발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는 대지진이 연구개발 활동에 영향을 미쳤다며 "원자력 의존에서 벗어나는 에너지 연구가 앞으로 가속화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원전사고를 계기로 한 사업의 방향전환이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도시바 등 원자력업체다. 도시바는 반도체와 원자력을 양대 축으로 삼았던 기존 수익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재생에너지와 절전시스템을 활용하는 '스마트 커뮤니티' 관련사업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낙점했다. 스마트 커뮤니티는 차세대 전력시스템인 스마트그리드에 주택과 교통인프라 등을 연계시키고 재생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차세대 도시건설 사업으로, 도시바는 이 사업 매출을 2010년도 3,000억엔에서 2015년에는 3배인 9,000억엔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사업은 현재의 7배, 리튬이온전지 및 차량탑재용 고효율모터 등의 사업도 4배 이상 규모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환경도시조성 분야에서의 해외 진출에도 시동이 걸렸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도시바가 휴렛패커드와 손 잡고 신흥국을 겨냥한 에너지절약 지원 서비스를 공동 진행키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히타치제작소와 미쓰이부동산 등 일본 기업연합은 중일 양국 정부의 사업협력 방침 아래 중국 절강성과 산둥성 두 곳에서 에너지절약 기술을 활용한 환경도시 정비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닛케이BP클린테크연구소가 세계 100곳에서 진행중인 스마트 커뮤니티 프로젝트 조사를 토대로 내놓은 예측치에 따르면 재생에너지ㆍ축전지ㆍ차세대자동차ㆍ송배전망 등 스마트 커뮤니티 관련 에너지 시장 규모는 지난해 현재 45조엔 규모에서 오는 2030년까지 누적으로 3,100조엔 규모로 급팽창할 전망이다. 새로운 시장 형성의 기회에 벤처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지난달 재생에너지특별조치법이 성립되자 풍력이나 태양광발전의 보급 확대를 노린 일본 벤처기업들은 대기업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정용태양광발전 분야를 제외한 풍력 및 사업용태양광, 소형 수력발전 등 틈새 시장에서 독자적인 기술개발로 시장 확보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 70년대 오일쇼크로 원유 가격이 급등해 수출에 타격을 입은 일본 산업계는 에너지 절약형 가전제품과 저연비 자동차 등을 속속 개발해 내며 고도성장의 길을 열었다. 지난 3월의 대지진과 원전사고의 위기가 일반 제조업의 몰락을 대신할 새로운 성장동력을 일본 경제에 장착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일본 내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삼을 또 한 번의 도약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앞서 대지진과 엔고, 전력 부족사태 속에서도 일본의 증시가 붕괴하지 않은 것은 "일본 사회의 구조변화를 시장이 미리 간파한 증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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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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