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가사상태’ 자금·환시 언제 깨나

◎외환시장­IMF자금 역부족 인식/팔자없어 상한가 폭등/자금시장­법정금리 25% 고착화/거래상대 가려 콜공급최근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외환시장이나 자금시장을 바라보며 금융계 사람들은 『이대로 끝까지 가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를 고민하고 있다. 9일 외환시장은 전날에 이어 달러당 1백원이상 폭등했고 금리는 정상적인 자금거래가 끊긴 가운데 법정상한선에서 꿈쩍하지 않았다. 한국은행도 지난 8일 RP(환매채) 매각금리를 25%로 정해 시중실세금리가 25% 고정금리로 굳어진 상황이다. ◇외환시장=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은 전날 마감직전 상승제한폭까지 폭등하며 달러당 1천3백42원40전에서 거래가 중단된데 이어 9일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이날 기준환율인 달러당 1천3백32원50전보다 17원50전 높은 1천3백50원에 거래가 시작됐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승세는 더욱 강해져 상한선인 1천4백65원70전까지 치솟았다. 환율폭등의 원인은 단순하다. 달러를 사자는 세력만 있을 뿐 팔자는 세력은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심각한 수급불균형의 결과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이 들어오고 있지만 외환시장의 달러부족현상을 해소시켜주기엔 역부족이고 달러화를 많이 갖고 있다는 외국계은행들은 원화마저 남아도는 형편이라 달러를 내다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어느 누구도 당장 내일의 환율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 기업들은 『지금은 달러를 내다팔 시점이 아니다』며 잔뜩 몸을 사리고 있다. 로열티송금이나 외화차입금상환이 집중되는 연말이고 12월말 결산인 외국계 은행들은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달러를 본국으로 보낼 시기다. 더욱이 당국은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안정시킬 능력도, 의지도 없다. 이 때문에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평상시라면 상상할 수 없는 특별한 조치까지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종금사와의 외환거래에 대해 정부가 보증을 서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기관간 신용이 완전히 무너진 외환시장을 살리려면 이젠 정부가 강제력을 동원, 신용을 회복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금시장=콜자금거래나 채권거래는 여전히 마비상태다. 지난 8일 연22.95%를 기록, 15년11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던 3년만기 은행보증 회사채 유통수익률은 9일 연24.95%로 올라섰다. 기업어음(CP) 발행금리도 5일째(영업일수 기준) 법정상한선인 연25%, 유통수익률은 연26.67%에 머물렀다. 콜금리는 연25%에 고시되고 있지만 거래상대방을 가리고 있기 때문에 금리는 무의미한 실정이다. 일부 종금사들은 콜자금 차입이 완전히 중단됨에 따라 지난 8일 결제해야할 2조1천원을 9일 하오 산업 등 4개 은행의 긴급자금 지원으로 간신히 막았다. 은행권의 콜자금 공급중단 의지는 확고하다. 종금사를 믿을 수 없고 만일 콜자금을 대주었다가 잘못될 경우 은행이 먼저 쓰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종금사들은 이제 산업은행, 주택은행, 농협 등 특수은행이 지속적으로 여유자금을 지원해주는데 한가닥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자금시장 관계자들은 『이같은 단기처방으론 가사상태인 자금시장을 되살릴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금시장 분위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자금거래 중단과 고금리기조는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금융계 전체가 근본적인 처방이 무엇인지 모른다는데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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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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