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김중수 총재의 엇박자 행보

"60~70%는 시장 기대에 부응하고 나머지 30~40%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지난 4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결정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전반적으로는 한은의 금리 결정과 시장의 예측이 맞아떨어지겠지만 한은이 반드시 시장에 기대에 꼭 맞출 의무는 없다는 뜻으로 이해됐다. 김 총재는 그 이유로 "경제를 보는 관점과 정보량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한은과 시장의 정보량 격차가 유독 커진 것일까. 아니면 경제를 보는 관점이 다른 것일까. 최근 몇 달간 한은의 금리결정과 시장의 예측이 정반대로 가고 있다. 김 총재는 지난 4월 "뚜벅뚜벅 앞을 보고 가겠다"며 금리인상을 시사했지만 정작 5월에는 동결했고 그로부터 얼마 후 "위기 극복 이후 금리인상은 신중해야 한다"며 동결 기대감을 잔뜩 불어넣었다가 이달 10일에는 금리를 동결해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올해 1월에도 '연초 금리인상은 없다'는 통념을 깨고 금리를 올려 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 과정에서 김 총재는 경제상황의 판단이 '오락가락' 한다는 인상마저 풍겼다. 2~4월에는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좋다" "상ㆍ하방 리스크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며 시장에 희망을 심어주더니 5월 동결 직후에는 "경기 하방 리스크를 더 세심하게 봐야 한다"며 입장을 180도 뒤집었다. 그러다가 이달 인상 직후에는 "장기추세수준의 성장이 가능하다"며 또다시 입장을 선회했다. 한두달 간격으로 경제상황에 대한 총재의 발언이 냉탕과 온탕을 수시로 오간 셈이다. 김 총재의 말대로 한은의 결정과 시장의 기대가 항상 일치할 필요도 일치해서도 안 된다. 한은의 존재이유는 경제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해나가는 것이지 '이기심'으로 가득 찬 시장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잦은 엇박자는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려 통화정책의 약발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오락가락' 행보에 "차라리 한은 총재의 발언을 무시해버리는 게 낫다"는 말까지 들리는 실정이다.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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