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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취] 개혁 성향으로 시민운동 앞장

[발자취] 개혁 성향으로 시민운동 앞장 허상만 농림부 장관은 출근길에 청사 진입로에 잠시 멈춰 선다. 매연으로 죽어가는 가로수에 거름을 주기 위해서다. 지난 5일은 콘크리트를 뜯어내고 비료를 주기도 했다. 자연이 살아야 사람도 살 수 있다고 믿는 그의 자연중시ㆍ생명존중의 일면을 볼 수 있다. 허 장관은 농사를 지으며 자랐다. 박사논문의 주제도 '잡초의 생태'. 장관 취임 전 고향 순천에 수천 그루의 나무를 심기도 했다. 허 장관의 자연사랑은 쌀이라는 단어 하나로 압축된다. 50여편의 연구논문과 관련서적 5권을 저술한 대표적인 '쌀 박사'. 농정의 목표도 학문과 현장을 접목시켜 농업을 21세기형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데서 찾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신고 (新稿) 수도작' '세계 농촌을 가다' '쌀의 품질과 맛' 등이다. 쌀과 농촌에 대한 사랑이 정책에 반영한 사례는 지난해 가을. 농림부는 오는 2013년까지 119조원을 농업과 농촌에 투ㆍ융자한다는 농촌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예산당국을 끈질기게 설득한 결과다. 대규모 투ㆍ융자계획의 실현가능성을 의심하는 관료들이 많았지만 결국 향후 10년에 걸친 농업ㆍ농촌의 청사진과 이를 뒷받침할 재정계획을 만들어냈다. 허 장관은 개혁의 성과를 확신하는 사람이다. 순천대 총장 시절에는 교수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내 최초로 교수임용 때 공채심사 과정을 공개하는 이의신청제도를 도입하고 교수승진시 SCI급 논문발표를 의무화하는 등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건 것으로 유명하다. 그 결과 순천대학교는 종합대학으로 승격된 지 10년 만에 정보화 부문 전국 1위, 교육부의 국립대학 내부혁신평가 전국 4위의 우수 대학으로 발돋움했다. 학자적 양심에 따라 과거 군사정권 때도 시국서명운동에 앞장섰고 민교협 일에도 적극 참여했다. 시민운동에도 뛰어들어 초대 순천 경실련 공동대표를 맡는 등 참된 지식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민단체 쪽은 물론 문학계에도 지인이 많다. 전공은 자연과학이지만 인문학에 조예가 깊어 우리 전통문화와 가양주(家釀酒) 복원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입력시간 : 2004-11-28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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