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금융사들 모기지 소송에 또 휘청

"위험성 안알리고 부실 모기지 증권 판매" 17개 은행 제소 당해<br>금융 불확실성마저 커져 경기 침체 우려 확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재기를 모색하던 미국 금융회사들이 잇단 모기지 소송에 시달리면서 또 다시 휘청거리고 있다. 이에 따라 실물 경기 침체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 경제가 금융시장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더욱 나락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연방주택금융지원국(FHFA)은 대형 금융기관들이 미 국책 모기지업체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충분히 위험을 고지하지 않고 지난 2008년부터 1,960억달러에 달하는 부실 모기지 증권을 판매했다며 17개 은행을 코네티컷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 당국이 개별 은행을 대상으로 모기지 관련 소송을 제기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주요 은행들을 무더기로 제소한 것은 처음이다. 피소 대상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JP 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등 미국 주요 금융회사들 뿐 아니라 도이체방크와 HSBC, 크레디 스위스, RBS 등 외국계 은행도 포함됐다. FHFA에 따르면 BoA는 지난 4년간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약 570억달러 규모의 부실 모기지 증권을 팔았다. JP 모건체이스가 330억달러로 뒤를 이었으며 골드만 삭스와 시티그룹도 상당한 규모의 부실 증권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FHFA는 정확히 손해배상 청구액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WSJ은 판매 규모로 볼 때 상당한 소송액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번 소송을 계기로 가뜩이나 어려운 미국의 실물 경기에 이어 금융권마저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미국 금융회사들은 이번 소송 말고도 각종 모기지 소송으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oA는 앞서 지난 6월 자사 판매 부실 모기지 증권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은 기관 투자자들에게 85억달러를 배상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지난달에는 AIG로부터 부실 모기지 판매 혐의로 100억달러 규모의 소송을 당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 2일에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BoA에게 이례적으로 비상계획을 제출할 것을 요구해 부실 의혹이 더욱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시장은 미국 당국의 이번 조치가 미 금융권에 직격탄을 날려 가뜩이나 더블딥 가시권에 들어온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미 주택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모기지 증권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미 금융권이 잇단 소송으로 휘청댈 경우 주택 경기 회복이 사실상 물 건너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주택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금융 업체들에게 모기지 대출 기준을 완화할 것을 요구하면서도 뒤에서는 소송을 거는 이중 행보를 보일 경우 미국 경기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로펌 버클리 샌들러의 앤드로 샌들러 회장은 "미 당국이 모기지 대출과 관련해 이중정책을 펼칠 경우 불확실성이 가중돼 주택 경기 및 실물 경기가 더욱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 당국은 국책 모기지 업체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서 소송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공화당 소속 브래드 밀러 하원의원은 "부실 모기지 싹을 자르기 위해서는 소송등의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이미 대규모 구제금융을 수혈받은 미 은행들에게 이번 조치는 오히려 부실을 정리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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