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KTF 등 사업자별로 6,500억원에 달하는 비동기식 3세대 이동통신(WCDMA) 서비스 출연금에 대한 삭감 또는 투자전환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최근 정보통신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공론화된 WCDMA 출연금 처리방안 변경과 관련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14일 정부의 입장전환을 강력히 시사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ITU 텔레콤월드 2003 행사에 참석중인 진 장관은 이날 “최근 국감에서 논의가 됐듯이 WCDMA 출연금 일부를 투자쪽으로 이끄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부는 진 장관 귀국 이후 조만간 통신사업자들과 WCDMA 관련 회의를 개최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업체는 물론 통신장비, 이동통신단말기, 모바일솔루션 등 관련업계 초미의 관심사인 WCDMA 서비스 실시일정 구체화 논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WCDMA 출연금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은 사업권 부여 당시인 지난 2000년의 전망과 실시 시기인 2003년의 실제상황이 크게 차이가 나면서부터 불거져왔다. 사업권 부여 당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2003년말 452만명, 2004년말 905만명이 WCDMA 서비스에 가입할 것으로 추정, 출연금을 산정했다.
그러나 2세대 기술의 급성장으로 CDMA2000-1x, EV-DO 등의 서비스가 본격화하면서 WCDMA 사업의 투자매력이 크게 떨어져 아직까지 상용서비스조차 실시되지 않고 있다. 또 동영상 다운로드, 화상통화 등 WCDMA에서만 가능하리라 여겨졌던 서비스가 이미 기존 망을 통해 제공되고 있어 이통업체마다 거액의 신규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F의 동영상 서비스가 가능한 EV-DO 서비스 가입자는 각각 9월말 현재 10% 및 5%를 점유하고 있는데다 최근 단말기 보급이 확대되면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다 WCDMA의 최대 이점 가운데 하나로 여겨졌던 글로벌 자동 로밍서비스도 세계 각국의 WCDMA 서비스 연기로 인해 당분간 불가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연말까지 WCDMA 상용서비스를 실시해야 하는 SK텔레콤과 KTF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KTF는 지난달 음성과 데이터 위주로 1단계 시범서비스를 실시한데 이어 다음달 무선인터넷을 결합한 2단계 시범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SK텔레콤은 다음달 시범서비스를 실시할 방침이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일정 맞추기에만 급급해 서비스 실시를 강요하기보다는 변화된 상황을 인정하고 출연금 정책 및 서비스 시기 등에 대한 전향적인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호정기자 gadget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