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박흥진의 할리우드 21] '양들의 침묵'에 물든 헐리우드

부활한 악마의 화신이 10월 박스오피스를 피로 물들이고 있다. 오스카 작품, 감독, 남우주연상 등을 탄 스릴러 '양들의 침묵'전편인 '붉은 용'(Red Dragonㆍ사진)이 지난 4일 전 미국서 개봉돼 주말 사흘간 3,650만달러를 벌어들인데 이어 개봉 2주째인 주말 11일부터 13일까지에도 정상을 유지, 1,760만달러를 벌어 2주 총 6,32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이 같은 열기가 계속될 경우 10월 최고 액수는 무난할 듯 싶다. 이 영화는 토마스 해리스가 쓴 심리학박사인 식인 킬러 하니발 렉터 시리즈 3부작 중 제1편. 초호화 캐스트와 제작진이 동원된 재미있고 잘 만든 서스펜스 스릴러다. 해리스의 제2편은 '양들의 침묵'이고 제3편은 작년에 영화화된 '하니발'. 그런데 '붉은 용'은 1986년 마이클 맨 감독에 의해 '맨헌터'라는 영화로 먼저 만들어진 바 있다. 이번에도 제2ㆍ3편에서처럼 악마적 두뇌를 지닌 렉터 박사로 앤소니 합킨스가 나와 범인의 심리를 읽을 줄 아는 FBI 수사관 윌 그램(에드워드 노턴)과 심리전을 벌인다. 렉터를 체포하면서 벌어진 사투 끝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상처를 입은 윌은 플로리다로 가족과 함께 은퇴한다. 그런데 윌의 왕년의 상관인 잭(하비 카이텔)이 윌을 찾아와 만월때마다 일가족을 몰살하는 '투스 페어리'로 불리는 살인마를 체포하는데 도와 달라고 요청한다. 윌은 사건 해결의 도움을 정신병원에 수감된 렉터에게서 구하면서 교활하고 총명한 렉터의 심리전이 시작된다. 렉터는 '투스 페어리'체포에 협조하면서 한편으로는 이 살인마의 심리를 조종, 자기를 체포한 윌에 대한 복수를 시도한다. 영화에서 살인마의 정체는 등에 용의 문신을 한 프랜시스 달러하이드(레이프 화인즈)로 일찌감치 밝혀진다. 그러나 이 영화는 범인을 잡는 수사물이라기 보다 범인과 수사요원 그리고 이 둘의 심리를 조종하는 감방내 천재 킬러의 심리전과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자극되는 두뇌의 지적 쾌감을 즐길 영화다. 달러하이드의 눈 먼 애인으로 에밀리 왓슨, 취재를 위해 수단방범을 안가리는 부도덕한 기자로 필립 시모어 호프만 그리고 윌의 아내로 메리-루이즈 파커 등이 나온다. 유혈폭력을 자제하고 심리묘사와 무드 조성에 주력한 '맨헌터'에 비해 한단계 낮은 수준이나 보고 즐길만하다. 연출은 '러시아워'의 브랫 레트너감독. 한국일보 LA미주본사편집위원ㆍLA영화비평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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