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대선 첫 TV토론] "중산층 붕괴" "위기 극복중"… 경제정책 불꽃 공방

일자리·세금문제 등 쟁점<br>롬니, 경제실패 집중 공세… 오바마, 일자리 성과 부각<br>논리적으로 무장한 롬니 토론달인 오바마에 판정승

미국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열린 첫 TV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가 경제문제를 중심으로 격돌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는 롬니 후보가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정책 실패를 적극적으로 공략한 반면 오바마는 방어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토론회 이후 여론의 평가는 롬니의 압승이었다. CNNㆍORC 여론조사에서는 등록 유권자의 67%가 롬니가 토론을 이겼다고 평가한 반면 오바마 대통령이 우세했다는 응답은 25%에 불과했다. 롬니 후보가 앞으로 두 차례 더 실시될 TV토론회(부통령 TV토론회 별도)를 통해 열세를 뒤집고 백악관을 탈환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콜로라도주 덴버의 덴버대학교에서 3일 오후9시(미 동부시간)부터 짐 레러 PBS 앵커의 사회로 1시간 30분간 진행된 토론회에서 두 후보는 일자리 창출, 재정적자 및 세금, 사회복지정책 등 경제정책을 놓고 설전을 펼쳤다.

롬니 후보는 토론 초반부터 주도권을 쥐었다. 롬니는 오바마 대통령 집권 4년 동안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빈곤이 늘어나고 경제성장은 정체돼 많은 미국인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 대통령의 임기 동안 휘발유 가격이 두 배로 급등했고 전기료와 식품가격도 껑충 뛰었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중산층을 붕괴시키고 있다"고 공격했다. 롬니 후보는 또 자신이 제시한 5대 경제정책으로 1,2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했다.

롬니는 이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이 큰 정부를 고집하며 4년 동안 경제를 실패로 이끌어냈다고 공격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중소기업 창업 건수가 30년 이래 최악이며 증세와 규제를 통한 '트리클 다운(tricle-down) 정부'를 지향하면서 경제가 방향타를 상실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오바마 대통령은 "4년 전 집권할 당시 미국은 심각한 금융위기의 상황에 처해있었다"고 상기시킨 뒤 지난 30개월 동안 50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자동차 산업이 살아나기 시작했으며 주택산업이 활기를 찾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교육제도 개선 등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으며 에너지 자체 생산을 늘리는 한편 세제정책을 손질하고 전쟁을 억제함으로써 미국을 재건하겠다고 공약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롬니 후보는 부유층만을 위한 '톱 다운(top-down) 경제'를 지지하고 있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재정적자와 세금문제도 쟁점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롬니 후보가 5조달러의 감세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부유층만을 위한 것이며 미국의 재정적자를 더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롬니 후보는 5조달러의 감세공약을 내놓은 바 없으며 재정적자를 가중시키는 세금감면대책도 없고 고소득자의 세금을 깎아주지도 않을 것이라고 되받아쳤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18개월 동안 얘기해놓고 이제 와 그 아이디어에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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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개혁을 놓고도 두 후보가 설전을 펼쳤다. 롬니 후보는 건강보험개혁법, 이른바 '오바마 케어'를 취임 첫날 폐기할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에 맞서 오바마 대통령은 롬니 후보도 매사추세츠 주지사 시절 비슷한 개혁안을 입법화했다는 점을 주지시키면서 수백만명의 보험 비가입자에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6,000만명이 넘는 미국인들이 시청한 이번 토론회는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의 표심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토론 후 여론은 롬니 후보가 예상 밖으로 선전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롬니 후보는 적절한 사례를 제시하면서 오바마를 공격하고 자신의 정책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면서 시청자들의 호감을 샀다는 것. 두 후보의 태도도 대조를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심각한 표정으로 정면 대신 아래쪽을 향하고 중간중간 말을 더듬는 등 평소 토론의 달인이라는 평가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데 비해 롬니 후보는 자주 미소를 짓고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관련 기사를 다룬 주요 언론들의 인터넷 기사의 제목도 '롬니의 공세가 오바마가 방어에 주력하도록 했다(워싱턴포스트(WP))' '롬니가 토론을 지배했다(파이낸셜타임스(FT))' '롬니가 첫 대결에서 공세를 취했다(로이터)' 등으로 롬니 우세로 기울어 있다.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롬니의 '47% 발언', 베인캐피털 경력과 그의 부에 대해서는 공격하지 않았다는 점을 끄집어내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후보는 오는 16일 뉴욕주 호프스트라대학교와 22일 플로리다주 린대학교에서 두 차례 TV토론을 더 할 예정이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 부통령과 폴 라이언 공화당 부통령 후보의 TV토론회는 오는 11일 켄터키에서 진행된다.

이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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