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카드명세서가 우리집 가계부"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거주하고 있는 주부 김숙자(35)씨는 지난 1월부터 8년 넘게 꼬박꼬박 써온 가계부 기록을 중단했다. 동네 슈퍼마켓에서 산 콩나물 값까지 일일이 기록해온 알뜰주부 김 씨가 가계부를 쓰지 않기로 한 것은 신용카드 명세서가 가계지출기록을 대신하기 때문.이제는 대형 백화점, 할인점은 물론 집 근처의 대형 슈퍼에서도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병원이나 약국에 가서도 신용카드가 현금을 대신하고 있다. 여기에다 유치원, 학원 등에 내는 돈도 카드로 지불하기 때문에 가계부를 적는 귀찮은 수고는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 올 들어서는 매달 꼬박꼬박 배달되는 신용카드 이용 명세서가 김 씨 가정의 가계부를 대신하고 있다. 또 카드사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월별, 연도별 카드 결제 금액과 이용 명세서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종이 가계부보다 더 편리하고 신속하게 지출내역을 파악할 수 있다. 여성들의 신용카드 사용이 크게 늘면서 주부는 물론 여성들의 라이프 스타일까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신용카드사들도 이러한 추세에 맞춰 여성 전용 카드를 내놓고 유통업체 무이자 할부, 웨딩서비스, 미용실 할인, 극장비 할인, 놀이공원 무료입장 등 여성들이 실생활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98년 첫 출시된 LG카드의 '레이디카드'의 경우 회원수가 99년말 50만명에서 지난해 말에는 약 540만명으로 2년새 10배 이상 늘었다. 삼성카드의 '지엔미 카드'와 국민카드의 '이퀸즈카드'도 각각 220만명과 120만명의 회원을 모집했다. 각각 70만명 수준인 외환카드 'i.miz카드'와 비씨카드의 '쉬즈카드'를 합하면 1,000만장을 넘어선다. 불과 3~4년 만에 웬만한 여성들은 여성카드 하나씩은 소지하게 된 셈이다. 이처럼 여성카드가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은 여성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조사에 따르면 여성 고객들이 가장 많이 카드를 이용하는 곳은 유통업체였다. 백화점, 할인점 등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거의 대부분 카드를 이용할 뿐 아니라 무이자 할부가 가능해 편리함을 높이고 있다. 다음으로 이용이 많은 곳은 가전매장. 고가의 가전 제품을 구매할 때 지갑 속에 카드를 챙겨가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 됐다. 이외에도 화장품을 구입할 때와 주유시에도 카드 이용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여성들의 카드 소지가 늘어나면서 카드시장에서 여성파워도 커지고 있다. 비씨카드의 경우 지난 99년 43.0%였던 여성회원수가 올 1ㆍ4분기에는 46.8%로 늘어났다. 이용금액도 크게 늘어 전체 카드 사용액중 46.3%가 여성 회원에게서 발생했다. 99년만 해도 여성들의 카드이용금액 비중은 41.6%에 불과했다. 여성들의 1인당 카드 이용금액도 506만원으로 남성의 528만원보다 18만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여성들의 경우 남성보다 할부결제를 선호하고 있다. 지난해 남성들의 할부결제액은 7조7,000억원 수준이었지만 여성들은 총 8조2,000억원을 할부로 사용했다. 반면 여성들의 경우 카드 금액을 남성보다 잘 갚는 편이다. 비씨카드가 지난해 카드론채권 가운데 회수를 포기한 대출 770건의 경우 남성이 떼 먹은 돈이 여성보다 15% 정도 많았다. 전체 대출건수에서 여성이 13%정도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여성들이 훨씬 안정 고객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여성파워가 커지면서 여성회원을 위한 카드사들의 서비스도 강화되고 있다. 삼성카드는 7일 지엔미카드 회원전용 인터넷 홈페이지'지앤미 클럽'을 오픈했다. 여성고객들의 구미에 맞도록 인터넷쇼핑, 자료실, 생활ㆍ문화정보 등을 담고 있다. 국민카드도 지난 1월 여성전용 포털사이트 이퀸즈닷컴(www.eQueens.com)을 열고 다양한 컨텐츠와 커뮤니티, 쇼핑몰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김인권 LG카드 과장은 "직장여성이 늘어나고 여성들이 가정 경제권을 주도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여성고객을 잡기 위해 부가서비스를 적극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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