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 은행들의 사례/합병·감원 칼바람… 침체 대수술/은행 경영혁신

◎씨티은행­부실채권 30억불 상각/체이스맨해튼­국제부문 등 대폭 정리/아메리카­시큐리티 퍼시픽 합병미국은행들은 지난 80년대 대규모 부실채권 발생, 대기업의 탈은행화 등으로 한동안 침체상태에 빠져 있었으나 90년대 들어 활발한 경영혁신을 전개, 다시경쟁력을 회복하고 전세계 금융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행들이 80년대 침체에 빠지게 된 원인으로는 ▲대규모 부실채권 발생 ▲대기업의 탈은행화 ▲비금융기관 및 외국은행들의 업무영역 침범 ▲무리한 자산운용 등이 지적된다. 미국은행들이 대규모 부실채권을 보유하게 된 원인은 그동안 은행자금 대출의 주대상이었던 부동산, 석유산업 등이 구조적인 침체국면에 빠지고 역시 해외업무수익의 상당부분을 차지해 왔던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융자가 부실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탈은행화현상은 자본시장에서 증권발행 등을 통한 자금조달방식이 은행대출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해 지기 시작하면서 발생했다. 미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여년간 대기업의 은행 의존비율은 약 25%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비금융기관들의 은행업무 잠식도 침체원인이었다. GM,포드,제네랄 일렉트릭사와 같은 대형 제조업체들이 자사의 상품판매를 위해 할부금융업을 시작했고 백화점, 유류업체,전화회사 등 상당수의 업체들이 신용카드를 발행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사 등이 홈뱅킹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기도 하다. 업무이익의 감소에 따라 은행들이 위험성이 큰 증권이나 선물시장 등에 무리하게 뛰어든 것도 침체의 원인이었다. 이에 따라 침체국면을 지속하던 미국은행들은 90년대 들어 본격적인 경영혁신을 추진하며 효율성 제고에 나섰다. 먼저 부실채권의 과감한 상각은 대부분 주요은행들의 공통사항이었다. 씨티은행의 경우 87년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부실채권 상각을 위해 30억달러의 대손충당금 적립을 발표했다. 체이스 맨해튼은행역시 80년대 들어 1930년대 대공황이후 최대의 적자를 기록하며 무디스 신용등급도 Aa3에서 Baa3까지 떨어졌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체이스는 90년까지 약12억달러의 부실채권을 상각했다. 둘째 채산성이 낮은 부문을 정리했다. 체이스 맨해튼은행의 경우 비효율적인 국제업무의 조정을 단행했는데 그 결과 총수익에서 차지하는 국제부문의 수익비중이 90년대 중반들어 80년대 초에 비해 1/3로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해외영업점이 현지은행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때는 현지의 소매금융기능을 철수시키고 도매금융에만 전담한다든지 여전히 부가가치가 높은 PB(Private Banking)업무만을 남겨둔다든지 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씨티은행의 경우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시작한 정보사업이 은행의 다른 사업부문에 비해 실적이 저조하자 91년 이 부문을 과감히 정리했다. 셋째, 은행 인수·합병(M&A)의 적극적 추진이다. 90년대 들어 미국 은행업계에서는 인수.합병(M&A)이 중복투자 방지 및 유망부문 흡수등을 목적으로 크게 성행했다. 92년 아메리카은행(Bank of America)은 시큐리티 퍼시픽은행과 합병함으로써 기존 점포의 20%와 13%에 달하는 인원을 감축했다. 95년초에는 역시 중복투자 방지와 양자의 약점보완을 위해 세계 3위의 케미칼은행과 6위의 체이스 맨해튼은행이 합병했다. 이로 인해 미국내 자산규모 1위의 은행이 새롭게 탄생했고 약 16%에 달하는 인원이 감축되는 결과를 낳았다. 넷째, 리스크관리체제의 강화이다. 80년대 들어 금리자유화, 새로운 금융상품의 등장, 통신기술의 발달 등 금융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면서 은행경영을 둘러싼 리스크관리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다. 씨티은행은 일찍이 기존은행들이 신용평가기관의 서비스에 의존하였던 것과 달리 내부에 독자적인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 이를 근거로 개인과 기업의 신용을 평가함으로써 신용리스크를 줄일 수 있었다. 나아가 씨티은행은 특정지역이나 국가마다 다른 신용평가기준을 적용했는데 그 가지수도 20여 종류를 넘어섰다. 뱅커스 트러스트(Bankers Trust)는 수익관리에 리스크를 반영하기 위해 RAROC(Risk Adjusted Return on Capital, 리스크조정후 자본수익률)개념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증권투자처럼 대출과 성격이 다른 업무도 공통기준에 의해 평가하게 됐다. 다섯째는 인건비 절감이다. 은행과 같은 서비스 업의 경우 수익개선을 위해서는 영업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 절감이 필수적이다. 미국은행들은 인원삭감이 경영합리화의 주요수단으로 널리 수용되는 사회분위기 때문인지 90년대초 약 3만명을 감원했다. 구체적으로는 씨티은행이 90년들어 수익성이 다시 증가세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조직의 리스트럭처링을 통해 약 1만4천명을 감원했고 기능중심의 대대적인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그 결과 약 10억달러의 경비를 절약했다. 체이스 맨해튼은행도 수익악화라는 위기상황을 맞아 인건비 절감을 위해 인원축소를 단행했다. 즉 90년대 들어 약 5천명의 인원을 감원했다. 한동안 침체를 보였던 미국은행들이 몇년간의 경영혁신 노력에 힘입어 다시 경쟁력을 회복했다는 사실은 여러가지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국내 은행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융전문가들은 국내은행들 역시 ▲리스크 관리체제의 강화 ▲조직의 슬림(Slim)화 ▲인수.합병을 통한 경쟁력 강화 ▲고객 데이터베이스 구축,각종 분석모델 개발 등 경영의 과학화 등을 시급히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안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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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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