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11일 “우리 사회에 극우의 광기가 흐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파쇼적 분위기가 넘실거린다”고 주장하고, “역사는 반동의 저수지에 가둘 수 없다”며 보수 세력과 보수 언론들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청와대의 최고위 참모가 공식 창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일부 계층을 향해 ‘광기’‘파쇼’ 등의 극단적 단어를 사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이 실장은 이날 청와대 브리핑에 실은‘대통령 비서실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우리는 왜 선진국을 자임할 수 없는지 생각해본다”며 “그 대답의 하나를 대한민국 지성과 언론의 위기에서 찾고자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실장은 “2006년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세가지 사건이 있었다”며 뉴라이트의 교과서 사건,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 무산 사건, 최연희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을 들었다. 이 실장은 우선 뉴라이트의 ‘한국 근현대 대안 교과서’시안 발표와 관련, “특정세력이 꿈꾸는 우리 역사에 대한 역모”라고 규정하고 “우리 지성계가 이 문제에 큰 관심이 없는 이유는 보수 우익 신문들의 덫에 갇혀 있기 때문 아니냐”며 “파쇼적 분위기가 넘실거린다”고 말했다.
이어 “전효숙 소장 임명동의안 철회는 의회민주주의의 조종(弔鐘)이나 다름없다”며 “우리 사회에도 1900년대 초 프랑스를 휩쓸던 반(反)셈족주의 같은 극우의 광기가 흐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자 성추행 사건에 대해 이 실장은 사건의 본질은 ‘과거 벌건 대낮에 벌어졌던 권언유착구조가 사라진 뒤 어두운 야밤에 생겨난 정언유착관계의 일단’이라고 규정했다. 이 실장은 “이들 사건의 중심엔 항상 ‘언론’이 자리잡고 있었다”며 “우리가 가고 있는 역사는 본질상 진보의 흐름이라고 믿으며 이 흐름을 일시적으로 기득권과 반동의 저수지에 가둘 수는 있어도 곧 둑이 터지고 마는 것은 역시 시간의 조화”라고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