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KDI 환란후 첫 경제전망 포기‥한국경제 '視界제로'

한국경제에 불확실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요인으로는 ▦수도이전 위헌 결정 이후 충청권발 금융위기 가능성 ▦성매매특별법 이후 유흥업소들 파산상태 ▦4대법안을 둘러싼 연말 정국 불투명이 도사리고 있다. 눈을 밖으로 돌리면 ▦선거를 앞둔 미국의 달러 약세 정책 가속화 ▦국제유가 고공행진 ▦중국 위앤화 절상압력이 한국경제에 악재로 엄습해오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경제전망 보고서를 내지 않기로 해 한국경제에 어두운 불확실성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음을 암시했다. ㆍ행정수도 위헌…정책불확실성 증폭 후폭풍 촉각 수도이전 위헌 결정은 정부 정책의 틀을 전면 수정하게 만들었다. 당사자인 충청권뿐 아니라 경제주체들 전부가 ‘온 에어(면밀 주시 중)’ 상황이다. 후폭풍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도 가늠하기 어려운 판국이다. 위헌 결정 이후 여당은 내년 예산을 추가 확대하겠다고 나섰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의 원형을 새로 짜고 있다. 기업들도 수도이전이 무산됨에 따른 수도권 규제의 향배, 기업도시 등에 촉각을 곤두세운 채 의사결정을 멈췄다. 가계 부문도 불확실에 빠졌다. 49조원에 이르는 충청권 주택담보대출은 시장에 연쇄부실을 불러올 뇌관으로 떠올랐다. 투기세력에 합류했던 일부 부유층의 모습에서는 초조함마저 엿보인다. 더욱이 부동산보유세제 개편까지 맞물려 부동산 정책도 ‘시계 제로’ 상태로 빠지는 분위기다. ‘수도이전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제거돼 부유층의 지갑이 열릴 것’(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인지, ‘불확실성 확산→L자형 침체’(금융연구원 연구위원)라는 악순환으로 연결될지가 관건이다. ㆍ성매매특별법 쇼크…서비스업 침체 예상밖 파장심각 특별법이 시행된 지 한달, 후유증은 예상보다 훨씬 강하게 다가왔다. 성매매업 종사자들의 집단반발로 경제적 파장이 심각하다. 사회적 관습의 문제가 경제 분야로 직결되고 있는 것.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난 셈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형사정책연구원 자료(2002년)에 따르면 한국의 성매매시장 규모는 연간 24조원대. 국내총생산(GDP)의 4.1%에 달한다. 농림어업의 GDP 비중(4.4%)과 맞먹는다. 삼성전자의 한 해 매출(43조5,820억원)의 절반이 훨씬 넘는다. 특별법에 따른 GDP 감소효과가 1.3%포인트라는 추정도 있다. 민간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그동안 성매매 시장은 국내 서비스산업의 핵심 중 하나였다”는 발언도 내놓았다. 고용 부문에 막대한 영향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제주도가 대표적 예다. 그런데도 연구기관들마저 그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속단하지 못하고 있다. 당분간 통계에 잡히는 경제적 감소분 외에 ‘무형의 알파분’을 수반할 불확실한 요인으로 자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ㆍ정정불안…4대특별법 싸고 與野 극한대립 참여정부 출범 이후에도 정치적 갈등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 현상은 여전하다. 비자금 수사와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 탄핵 등은 유무형으로 성장률에 영향을 미쳤고 경제주체들도 혼란을 거듭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오는 11월에도 ‘정치발(發)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바로 여당이 추진 중인 4대개혁 특별법안이 몰고 올 파장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개혁법안을 고리로 여야의 갈등이 첨예화할 경우 내년 예산안뿐 아니라 세(稅)감면을 통한 기업 투자 유인책, 공정거래법 개정안, 부동산 보유세제 개편작업 등 각종 정책에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정책은 ‘타이밍’”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특별법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도 경제상황을 옥죌 요인들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4대 법안을 계기로 정쟁이 격화할 경우 내년 재ㆍ보선까지 여야의 갈등이 이어질 수 있다”며 “기업들에는 비자금 수사 정국에 이은 또 하나의 메가톤급 불안요인”이라고 지적했다. ㆍ미달러 약세…수출기업 가격경쟁력 악화 우려 미국의 달러 약세가 향후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주요 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쌍둥이(재정ㆍ무역)적자 심화와 고유가 등으로 인한 미국경제 회복세 둔화로 원ㆍ달러 환율도 급락하고 있다. 미국의 지난 8월 무역적자가 사상 두번째로 많은 540억달러를 기록하자 대선을 앞둔 부시 미 행정부가 의도적으로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에도 고정환율제인 중국의 위앤화 등 아시아 통화가치 절상 압력을 가속화하는 등 달러 약세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떤 경우라도 달러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ABN암로는 3개월 안에 엔ㆍ달러 환율이 103엔대로, 1년 뒤에는 95엔까지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원ㆍ달러 환율 하락은 국내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것으로 우려된다. 다만 환율 하락으로 국내 물가안정 효과를 볼 수 있는데다 최근 외화부채가 크게 늘어난 국내 기업들의 채무부담을 줄여주는 긍정적 효과도 볼 수 있다. ㆍ고유가 행진…물가상승 압박 내수위축 장기화 석유 의존도가 높고 에너지 효율성이 낮은 처지에서 국제유가 상승기조는 한국경제의 시계를 더욱 흐리게 만드는 최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 하반기 내내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유가로 인해 원재료ㆍ중간재 가격은 5개월 연속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이는 국내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로 직결된다. 또 유류가격과 각종 공산품 가격, 대중교통수단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까지 이어져 소비자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미국 등 주요 석유 소비국이 위치한 북반구의 겨울을 앞두고 있는 만큼 한동안 석유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국제유가가 더 오를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 국제유가 상승세로 당장 내년 상반기 수출둔화도 우려된다. 오상봉 산업연구원 원장은 “고유가로 인해 내년 상반기 수출이 지난해보다 30억달러 정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역시 “유가상승 등으로 내년 경제성장률이 0.9~1.0%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ㆍ위앤화 절상… 中경제성장 둔화땐 수출치명타 중국의 위앤화 절상은 시간문제다. 중국 정부도 최근 국제회의에서 잇따라 변동환율제 채택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위앤화 절상이 현실화할 경우 다각적인 파장이 예상된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대상국인 동시에 국제시장에서 우리 기업과 치열한 경쟁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 위앤화 절상이 우리나라 원화 절상 압력으로 작용, 환율이 떨어질 수 있다. 환율이 하락할 경우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지만 일단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특히 위앤화 절상이 중국경제의 성장둔화로 이어질 경우 대중국 수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김화섭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의 대중국 수출은 자본재 및 중간재가 90%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중국 수출이 줄면 대중 수출도 위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중국 역시 위앤화 절상으로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는 만큼 우리나라 원화의 절상폭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면 우리 기업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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