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식어 가는 강만수의 열정

●산업은행 메가뱅크 물거품<br>우리금융 인수 무산… IPO 좌절… HSBC 인수 중단까지<br>MB 임기 종료 앞두고 차질 불가피<br>은행 이자 따먹기 관행엔 경종 울려

우리금융지주 인수 무산, 기업공개(IPO) 중단 위기, 홍콩상하이은행(HSBC) 서울지점 인수 중단….

개발금융의 상징인 산업은행의 대변혁을 추진해온 강만수(사진) 산은지주회장 겸 산업은행장의 꿈이 임기 종료를 앞둔 이명박 정부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MB노믹스'의 창안자인 강 회장이 재무부 후배인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손을 맞잡고 추진했던 메가뱅크(산은금융지주의 우리금융지주 인수)에 이어 IPO까지 국회 반대로 무산위기에 처했고 소매금융 확대를 위한 HSBC 인수도 고용승계와 관련한 법적 불확실성 탓에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


◇HSBC 인수 돌연 중단=산업은행은 인수 본계약을 앞두고 있던 HSBC 서울지점 인수 작업을 중단한다고 31일 밝혔다. 산은이 내세운 표면적인 이유는 HSBC 직원 고용승계에 대한 입장 차이다. 산은은 지난 4월 HSBC와 HSBC 서울지점의 개인금융 부문 자산인수(P&A)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HSBC 서울지점이 보유한 11개 영업점과 3,000억원대의 예수금, 예수금과 같은 규모의 담보대출채권 등을 인수하는 조건이었다. 자산과 부채를 동시 인수하는 만큼 인수대금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으나 외국계인 HSBC 서울지점 직원의 고용승계에서 이견이 생겼다. 산은 관계자는 "산은의 임금체계를 따르는 직원은 고용을 승계할 예정이었으나 고용승계를 거부한 직원이 이의를 제기할 경우 마땅한 해결책이 없었다"고 전했다. '금리 파괴'를 선도했던 KDB다이렉트 예금의 선풍적 인기도 인수 중단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소매금융 확대를 위해 HSBC 서울지점 인수를 추진했으나 KDB다이렉트 예금 유치규모가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불과 10개월 만에 3조원을 넘어서 인수의 메리트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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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연속=강 회장은 이명박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내면서 MB노믹스의 핵심인 '747공약(성장률 7%,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위 경제대국)' 실현의 선봉에 나섰다. 하지만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좌절을 맛봤다. 위기 극복을 위해 각종 기업 규제를 풀고 고환율 정책을 고수하면서 '친재벌론자'라는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2011년 3월에는 '회전문 인사' '올드보이의 귀환'이라는 비아냥을 받으며 산은지주 겸 산업은행장에 취임했다. 당시 강 회장의 목표는 두 가지. 우리금융지주 인수를 통한 '메가뱅크' 출범과 산은지주 IPO다. 하지만 'MB의 최측근' '친재벌론자'라는 이미지가 그의 앞길을 막았다. 금융 당국은 금융지주가 다른 금융지주를 인수할 경우 필요한 최소 지분인수비율을 95%에서 50%+1주로 낮추는 내용의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나 국회의 반대로 좌절됐다. 민주통합당의 한 의원은 "인수비율을 낮추지 않고는 우리금융 매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금융 당국의 설명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강 회장을 위한 특혜입법이 분명한 상황에서 반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IPO조차 사실상 좌절된 상황이다. 야당인 민주당이 명확한 반대의사를 표명한데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IPO를 위해 국회에 제출한 '해외 채권에 대한 보증동의안'은 심의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는 상황이다. 산은 관계자는 "늦어도 오는 9월까지는 보증동의안이 처리돼야 연말까지 IPO를 완료할 수 있다"며 "아직 시간이 남아 있지만 추진 동력은 상실된 상태"라고 말했다.

국회 보증동의를 통해 '산은 IPO'와 '농협에 대한 산은지주주식 현물출자'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 정부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산은 관계자는 "메가뱅크와 IPO라는 굵직굵직한 목표는 좌절됐지만 KDB다이렉트예금이라는 히트 상품을 선보여 '이자 따먹기'로 손쉽게 수익을 올려온 은행권에 경종을 올린 공적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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