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아트 선구자' 故 백남준 4주기 맞아…<br>그림이 된 스마트폰… 건물 전체가 캔버스로<br>함께 즐기고 실시간 제작에도 참여<br>예술 향유방식·방향성 변화 이끌어
| 삼성미술관 리움의 '미디어 상설전'에서 전시중인 정연두의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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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스퀘어 미디어캔버스에서 상영 중인 문경원의 미디어아트 작품 '숭례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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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9일은 캔버스에서 TV모니터로 화가의 영역을 넓혀 '미디어아트(Media Art)'를 선구했던 세계적미술가 고(故) 백남준(1932~2006)의 4주기다.
그가 개척한 미디어아트는 모니터와 비디오를 넘어 통신기술 접목, LED와 컴퓨터를 활용하는 단계까지 왔고, 최근에는 스마트폰까지 새로운 '그림' 수단으로 이용하기에 이르렀다.
액자를 벗어난 미술인 미디어아트는 다수가 함께 즐기고 관람객이 실시간 제작에도 참여할 수 있는 '공공미술적' 성격이 강해 미래의 예술 향유 방식과 방향성의 변화도 예고하고 있다.
◇미디어아트 전문 전시 활발=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옛 대우빌딩)는 건물 전면을 통째 'LED 미디어캔버스'로 꾸며 매일 저녁 줄리안 오피 등의 작품을 상영중인 데 이어 최근 미디어센터 '엠플래닛(M-PLANET)'을 5층에 개관했다.
전시공간인 '큐브'에서 개관기념으로 양만기ㆍ김신일ㆍ뮌ㆍ이배경 등 6팀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기획사인 가나아트갤러리 측은 "새로운 작품도 전시하고, 한글날ㆍ성탄절 등에는 해당 기념일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선보여 대중에게 친근한 미디어아트를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최대 사립미술관인 삼성미술관 리움은 국내외 미디어아트 거장들의 작품을 모은 '미디어 상설전'을 열고 있다. 백남준의 '알', 김수자의 '바늘여인'을 비롯해 빌 비올라, 요나스 달버그, 샘 테일러 우드, 미야지마 타츠오 등의 작품이 상영중이다.
뉴욕의 모마(MoMA)가 구입한 젊은 작가 정연두의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도 볼 수 있다. 미술애호가는 미디어아트의 최근 경향을 한눈에 볼 수 있고, 입문자라면 필수작품이 총망라된 전시라 유익하다.
◇스마트폰, 화가에겐 새 캔버스=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73)는 요즘 아이폰으로 그림 그리는 작업에 심취했다. 아이폰 내 '브러쉬 기능'으로 완성된 작은 그림들은 뉴욕의 페이스빌델스타인 갤러리에서 판화로도 판매 중이다. 원로 거장의 진보적인 활동에 세계미술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또한 미술품경매회사 서울옥션은 지난 연말 '아트옥션쇼'에서 아이폰을 이용한 경매정보 제공을 선보인 데 이어 올 상반기 중에는 아이폰을 이용한 경매입찰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국내외 컬렉터와 아트딜러를 실시간으로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미디어아트 전문미술관인 서린동 SK빌딩 내 '아트센터 나비'는 스마트폰의 '증강현실'(현실 기반의 가상세계) 기능을 이용한 참여형 작품 등 다양한 프로그램개발에 분주하다. 오는 5월 선보일 작가 한주희의 '종이비행기'는 관람객이 휴대폰으로 종이비행기를 접어 대형 전광판에 날리는(그림이나 문자를 '날리는' 것) 방식의 프로젝트다.
이유나 아트센터나비 연구원은 "기존 스마트폰의 '루브르박물관 가이드' 수준을 넘어 작품을 통해 사회와 교류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interactive) 구현이 미디어아트의 목적"이라며 "판매를 통한 수익창출보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제공이나 나눔과 기부 형식으로 이를 확산해 '기술문화를 어떻게 예술로 즐길지'를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