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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 영웅전] 흑의 세력을 견제하기 위하여

제6보(71∼86)<br>○이세돌 9단 ●시에허 8단 <제8회춘란배결승3번기제3국>



흑71부터 다시 본다. 사실은 이 흑71이 다소 문제가 있는 수였다. 대국 당일 한국기원 4층의 기사실은 이 바둑의 검토실이 되어 있었다. 타이젬의 해설을 맡았던 김영삼8단과 사이버오로의 해설을 맡았던 이춘규4단이 교대로 들락거리는 가운데 윤현석9단이 좌장격으로 검토를 주재하고 있었다. 윤현석이 흑71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수가 마음에 안 드는걸. 완착 같아."(윤현석) "뭐 당연한 것 아니여?"(필자) "왜 당연하지요?"(윤현석) "그건 기초잖아. 뒤쪽에서 몰아잡아야 나중에 혹시 팻감으로 다 잡히더라도 손실이 적다는 것 아닌가."(필자) "그 말은 맞는데 지금은 경우가 좀 달라요."(윤현석) 프로의 직감이란 정말 무섭다. 나중에 이 수순이 문제가 되었다. 역시 흑71로는 A에 잡는 것이 현명했던 것이다. 그 이유는 나중에 설명하기로 하고…. 흑73은 일석이조의 좋은 수였다. 우변의 백이 중원으로 탈출하는 것을 막으면서 그 위쪽 흑돌들을 보강하고 있다. 검토실에서는 참고도1의 흑1을 예상하는 기사가 많았다. 그것이면 백이 2에서 6까지로 흑돌 3점을 끊어잡지는 못한다. 억지로 잡을 수는 있지만 흑7 이하 13까지 활용당하여 백이 망한 꼴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백은 참고도2의 백2로 뛰어나오는 바둑이 될 것인데 시에허는 이 뛰어나오는 수가 싫어서 실전보의 흑73으로 둔 것이다. 백이 백80 이하 86으로 외세를 쌓은 것은 흑의 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처리. 흑의 다음 수는 어디가 최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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