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원화 '나홀로 약세'

엔·위안화에 대한 환율 상승폭 달러보다 더 커<br>원·엔환율 104원 폭등 10년10개월만에 최고

원화가 전세계 주요 통화에 대해 나홀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엔화ㆍ위안화에 대한 환율 상승폭은 원ㆍ달러 환율보다 더 커 엔화대출 기업이나 중국ㆍ일본 유학생 등이 비용부담 증가로 발을 구르고 있다. 더구나 원화는 유혈사태를 빚고 있는 태국 밧화에 대해서도 큰 폭의 약세를 보이고 있어 최근 환율 상승폭이 지나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외환은행 고시환율 기준 원ㆍ엔 환율은 전날보다 100엔당 104원99전 폭등한 1,395원28전을 기록했다. 지난 1997년 12월23일 1,494원83전 이후 10년 10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전날 대비 상승폭 역시 10년 10개월 만에 최대폭이다. 8월 초 이후 두달여간 원화의 엔화에 대한 절하율은 33.0%에 달하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미 달러화 대비 원화의 절하율 26.3%를 웃도는 수준이다. 또 위안화ㆍ유로화에 대한 원화의 절하율은 각각 27.4%, 16.7%를 기록했다. 유로화ㆍ위안화 등 강세 통화는 물론 태국 밧화에 대한 원화 절하율도 25.1%에 달한다. 이처럼 유독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엔화 대출자의 경우 환차손ㆍ이자부담 증가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 엔화 수요 증가에 힘입어 엔화대출 금리도 연초에 비해 2%포인트 이상 뛰어올랐다. 올해 초만 해도 엔화대출 금리는 3~4%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엔화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6%를 넘어섰다. 엔화대출 금리는 올해 초 리보(Libor)에 300bp(1bp=0.01%포인트)를 더한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리보에 500bp를 얹은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신용경색 여파로 리보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가산금리마저 올라 엔화대출 금리도 큰 폭으로 오르는 추세”라며 “엔화대출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들의 경우 환차손과 함께 이자부담도 늘어 이중고에 시달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상당수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만기를 연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엔화대출의 만기를 연장할 때는 새로운 대출금리를 적용받게 된다”면서 “이에 따라 올해 초보다 2%포인트 이상의 금리를 더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기존 엔화대출의 만기를 연장하는데다 전반적인 외화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엔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은행권의 엔화대출 잔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초 우리은행의 엔화대출 잔액은 1,071억엔이었지만 9월 말 현재 1,745억엔까지 늘어났다. 국민은행의 엔화대출 잔액도 같은 기간 동안 1,150억엔에서 1,162억엔으로 증가했고 신한은행의 엔화대출 잔액도 1,543억엔에서 1,546억엔으로 늘어났다. 시중은행의 또 다른 관계자는 “엔화대출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원ㆍ엔 환율 및 대출금리가 계속 오를 경우 엔화대출 이용자들의 부담은 눈덩이 불 듯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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